주먹구구식 '세대합산 기준'..취득세땐 '식구' 양도세땐 '남남'

이지용,양연호 2020. 7.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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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만 키운 땜질 부동산稅
부모·자녀 주택 합산 기준은
취득·양도·종부세 모두 달라
양도세 독립가구 인정기준
30세 구분도 여전히 논란
종부세 합산은 이미 위헌판결

◆ 좌충우돌 부동산 증세 ◆

# 서울과 경기 지역에 주택 3채를 보유한 A씨. 정부가 현재 7·10 부동산 대책의 보완책으로 증여 취득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안에 따르면 향후 따로 사는 무주택자인 28세 미혼 아들 B씨에게 주택을 한 채 증여하면 B씨는 3주택자 이상에게 부과되는 취득세율 12%를 적용받게 된다. 그런데 A씨가 이미 결혼한 B씨의 33세 형인 무주택 C씨에게 증여한다면 세금 부담이 '확' 줄어든다. C씨는 무주택 독립가구로 인정받아 현행대로 3.5% 증여 취득세만 내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해 증여 시 부과하는 취득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증여 취득세를 최고 12%까지 올려 주택 수를 세대별 합산해 부과하고 따로 사는 30세 미만 자녀에 대한 증여도 부모와 '한 세대'로 보고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별거 자녀의 합산 여부에 대해 애매한 기준이 적용되는 데다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등 세목별로 합산 기준도 중구난방이 될 판이어서 정부가 집값만 잡겠다는 우격다짐으로 조세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취득세 땐 내 아들? 양도세 땐 아냐?

현행 세법에서는 주택 수에 따라 세율 적용이 달라진다. 문제는 양도세, 종부세, 임대소득세, 취득세 등 세목마다 주택 수 산정과 합산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30세 미만 자녀가 분리 세대로 거주하고 있는 경우 양도세와 취득세를 계산할 때 주택 수 산정 방식이 달라진다. 부모가 하나의 주택을 소유해 거주하고 있고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독립해 새로 주택을 취득해 거주하고 있는 경우, 아버지가 새로 주택을 취득하면 아버지는 3주택자로 분류돼 7·10 대책에 따라 취득세 12%가 과세된다. 미혼인 30세 미만 자녀는 세대 분리가 된 상황이지만 주택 수를 산정할 때는 합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도세를 따질 때는 다르다. 현행 양도세법에서는 △만 30세 이상인 자녀이거나 △만 30세 미만인 자녀가 결혼을 했거나 결혼한 후 이혼이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만 30세 미만인 자녀가 중위 소득 40% 이상 소득이 있고 부동산을 관리(유지)하면서 독립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단독세대로 인정한다. 따라서 아버지가 소유 중인 주택을 양도할 때 부모와 독립해 거주 중인 30세 미만 미혼 자녀의 주택은 아버지 소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로 사는 미혼 자녀를 칼로 무 자르듯 30세 기준 합산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현행 민법상 성인 기준인 19세처럼 명확한 법적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요즘처럼 만혼이 잦고 경제적 능력이 천차만별인 시대에 29세까지는 동일세대로 간주하고 30세부터 독립세대로 인정한다는 근거가 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 케케묵은 세대 합산

세무 전문가들은 세대 단위 합산 세금 부과를 '과거 유산'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대폭 최고세율을 올린 종부세는 인별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꿨다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당시 헌재 판결문을 확인해 보니 혼인과 가족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제36조 1항'을 위반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과세 실현과 증여 등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수긍한다"면서도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 규정이 없고, 공유재산이라고 하여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할 당위성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입법상 법인데 반해 혼인과 가족 생활을 통해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은 헌법적 가치"라며 "가족을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등 기타 다양한 사정의 소유자에 비해 불리하게 취급받을 근거가 없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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