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따라 취득세 올리면서..낮은 양도세엔 눈감은 정부

최재원 2020. 7.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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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취득세율 모델로
다주택자 8~12%로 확 높여
싱가포르 양도세율은 0~12%
3년이상 보유땐 양도세 '제로'
한국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
"매물 잠김 심화될 것" 우려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에서 싱가포르의 높은 부동산 취득세율(다주택자 12~15%)를 근거로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8~12%로 대폭 인상한 가운데 싱가포르의 낮은 양도세율에 대해서는 눈감아 논란을 빚고 있다. 싱가포르는 원래 한국과 비교해 취득세는 4배 가량 높고 양도세는 4분의 1 수준으로 낮은 구조인데, 정부가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다면서 취득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린 것은 그야말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세금 트랩'에 가두겠다는 것밖에 안된다는 지적이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국토연구원 및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의 자문을 받아 한국과 싱가포르의 부동산 세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취득세는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높고 보유세는 양국이 엇비슷한 수준이며 양도세는 한국이 싱가포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은 2012년 4억원(2020년 기준 가치 9억원) 주택, 2016년 10억원(2020년 기준 16억원) 주택을 각각 매입한 다주택자가 2020년 최초 보유주택을 매각한 경우를 사례로 진행했다.

우선 두번째 주택 구매시 적용된 취득세는 한국이 3300만원, 싱가포르가 1억2000만원으로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4배 가량 많았다. 한국은 주택가격 수준에 따라 취득세율이 1.1~4.6%로 싱가포르의 1주택 보유 내국인 취득세율(0~5%)과 유사하다. 다만 싱가포르는 2주택인 경우 12%, 3주택인 이상인 15%로 세율이 높다. 외국인 (20%)이나 법인(25%)에게는 훨씬 더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중국 등 외국인 단타매매 막기위한 조치다.

보유세는 현재 기준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합해 1년에 1473만원의 보유세를 부담하고, 싱가포르도 재산세로 1430만원이 나왔다. 한국은 재산세가 0.1~0.4%이고 여기에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인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0.5~2.7%(다주택자는 0.6~3.2%) 추가 부과한다. 싱가포르는 보유세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1년치 임대료 가치를 기반으로 거주주택 기준 0~16%(비거주주택은 10~20%)를 매긴다.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0~0.8%(비거주주택은 0.5~1%) 수준이다.

반면 양도세는 한국이 1억9100만원인 반면 싱가포르는 0원이었다. 양도세율은 한국이 양도차익에 6~42%이고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 중과해 최고세율이 62%에 달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양도차익과 관계없이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가 비과세다. 3년 이내 단기 보유할 때만 4~12%의 세금을 매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도 없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싱가포르는 2018년 6월 취득세율 높이는 조치를 하기 전인 2017년 3월 양도세율은 기존(최고 16%)보다 4%포인트 낮췄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다주택자들의 주택 취득을 어렵게 하기 위해 취득세를 높인 반면, 주택 매물이 쉽게 시장에 나올수 있도록 양도세 부담은 줄인 것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강화를 골자로 한 '싱가포르 모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당·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7·10대책에서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고 12%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수입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득세 등 거래세 징수액(증권거래세 제외)은 27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1%를 차지했다. 2위인 벨기에(1.09%)보다 크게 높은 1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앞으로 3주택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을 최고 72%까지 높이기로 하면서 다주택자 보유 매물의 잠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방위 부동산 세금 압박이 매물 잠김 현상을 지속시키면서 정책 목표인 가격 조정을 가져오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영 R&C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7·10대책에서 종부세를 높이고 양도세까지 높였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증여를 택할 것"이라면서 "시장의 매물 품귀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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