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실적 좋아도 건설업 인기 없는 까닭은.. "'미래산업' 비전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국·내외 수주와 공사가 중단되며 타격을 입은 듯했던 건설업계가 호실적을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상으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산업 등 신사업 업종에 비해 건설업이 미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락했던 건설업 체감 경기 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하며 살아나는 추세다. 5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2포인트 오른 64.8을 기록했다. CBSI는 올해 초부터 하락해 3월 59.5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계속 악화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든 4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CBSI는 기준선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을 넘으면 그 반대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을 살펴봐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이 165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6% 증가했다. 특히 수주에서 두각을 드러내 연초 해외 수주를 비롯해 국내 재개발 사업에서도 선전하면서 총 9조9312억원의 공사를 따냈다.
대림산업도 영업이익 29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5% 늘고 매출은 2조5094억원으로 8.1%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GS건설의 매출(2조4410억원)과 영업이익(1710억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2%, 10.5% 낮아졌지만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7.0%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낙관적인 전망과 괜찮은 실적에도 투자 대상으로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한 모양새다. 이같은 심리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주식 시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건설주로 구성된 KRX 건설지수는 지난해 1월만 해도 680.25를 기록했지만 이후 매달 하락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한 8월 536.08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12.16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올해 1월(494.47) 400대로 떨어졌고, 3월에는 367.91을 기록해 전년 동기(632.03) 대비 42%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달에는 지수가 소폭 회복세를 보여 465.91까지 올랐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종 대표 종목인 현대건설의 주가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떨어진 이후 아직 1년 전 주가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의 주가는 5만5000원대를 유지했지만 현재 주가는 3만5000원 선을 오가고 있어 1년 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사비만 2조원에 육박하는 한남3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지난 21일 이후 기대감이 다소 반영된 수치다. GS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도 주가가 1년 전보다 30~40% 낮은 상황이다.
건설업종에 대한 전망은 한때 회복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여당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공약으로 커진 기대감에 건설주의 실적 안정성과 벨류에이션 매력을 재평가할 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에 전통 뉴딜 업종으로 꼽힌 건설·토목 SOC 사업이 빠졌고 지난달 미북정상회담도 취소되면서 남북 경협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미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직면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주식시장은 한 마디로 ‘꿈을 먹고 사는 시장'인데 투자자들은 건설주에 꿈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라면서 "주가가 아무리 싸고 실적이 좋아도 언택트(비대면)를 필두로 한 IT산업 등 미래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투자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건설사들이 소비자에게 미래의 안정적 매출이나 수익구조를 가져가는 등의 비전을 못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면서 "근본적으로 매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개선은 어렵겠지만, 임대주택이나 오피스텔 건설관리에 언택트 기술을 접목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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