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요건 강화로 전셋집 품귀, 가격 부채질할 것"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진앙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충청권까지 망라한 전방위적 고강도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차단, 풍선 효과가 나타났던 비(非)규제지역에서 거래가 감소해 단기적으로 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잡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전셋값만 더 올라 결국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는 데다, 재건축 규제 강화로 새 아파트 공급 불안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진정 효과 있겠지만, 또 다른 풍선 효과 가능
전문가들은 국지적 과열이 나타났던 수도권 지역과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한동안 거래가 줄어들면서 관망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법인 매입이 많았던 인천, 경기 안산 등은 종부세·양도세 부담이 급증한 법인들이 보유 매물을 시장에 대거 밀어내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강남구 개발 호재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고강도 실거래 조사 영향으로 청담동·대치동·잠실동 일대 단지의 거래도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데다,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풀리기 때문에 돈이 또 다른 비규제지역을 찾아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그동안 경제 불황 등 거시적 요건은 고려하지 않고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따른 단기적 대책만 내놓다 보니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며 "이번 대책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전셋값 불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그 집에 전입해야 하는 기한이 기존 '1년 내' 또는 '2년 내'에서 '6개월 내'로 줄어들었고,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하기 위해선 2년 실거주해야 하는 요건이 새로 생겼다. 재건축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외지인들조차 재건축 아파트에 실제 거주해야 하므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게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올해 4만1500여 가구인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내년엔 2만4000여 가구로 줄어든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가을 이사철이 되면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고, 결국 집값도 밀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작년 7월부터 지난주까지 50주 연속 상승 중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8656만원으로, 3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2017년 5월·4억2619만원)보다 약 14% 올랐다.
재건축을 옥죄면서 도심 새 아파트 공급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공급이 희소해지면서 신축 아파트값이 더 오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새 아파트를 잡기 위한 청약 시장은 더욱 과열될 것"이라며 "정비 사업 정상화를 통해 도심 속 공급 확대 방안이 병행돼야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동·노원 등 초기 재건축 단지 타격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초기 재건축 단지의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이 강화되고, 올 하반기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징수가 가시화하면서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980년대 준공된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 초기 재건축 단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사업지들은 연말까지 조합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에서는 기존에 보유만 해도 주어지던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자격을 앞으로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인정해주기로 했는데, 올 12월 관련 법 개정 이후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 이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각종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 서민과 젊은 층 등 실수요자들의 박탈감은 커지고 주거 이전의 자유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9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가격에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사실상 주택허가제와 마찬가지”라며 “투기 억제에 집중한 대책이 대출과 규제만 더해가면서 무주택자들은 집 사기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이나 이사 계획, 자금 마련 등에 있어 더욱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1주택자의 경우에도 갈아타기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기존 집을 팔고 새집을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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