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핀셋규제 빈틈 노린 부동산 투기세력, 이번엔 잡힐까

이미연 2020. 6.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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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수 규제로 단기적 안정 예상..저금리·부동자금 유입 변수될 듯
[사진 = 연합뉴스]
핀셋규제의 빈틈을 노린 부동산 투기세력에 수도권은 물론, 지방 일부 지역까지 갭투자 등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집값이 다시 상승전환되자 정부가 17일 다시 촘촘한 그물망을 던졌다. 문재인 정권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자 올해의 7번째 대책 발표다.

17일 정부가 발표에 따르면, 이번 6.17대책에서는 투기과열지구를 인천과 대전까지 넓히고 수도권의 서쪽 절반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동시에 ▲서울국제교류협력지구 인근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의 자격요건 제한 ▲갭투자 방지를 위한 규제지역 신규대출자의 실거주 요건 강화 ▲법인의 부동산 거래 관련 대출·세금규제 강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투자수요를 잡기위한 전방위적 규제들을 망라했다.

◆현 정부 부동산대책, 2017년 6.19대책으로 시작

앞서 정부는 2017년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 정권의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6.19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같은해 8월(8.2 대책)에는 수도권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부활시키고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한데 이어 10월에는 신DTI 등을 도입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을 내놨다. 이에 안정화되는 듯 보이던 수도권 집값은 개발 이슈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자료 = 직방]
2018년 9월에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하고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역대급 9.13 대책을 내놨다. 전례없이 강한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의 돈줄을 묶자 주택 시장은 안정을 찾았으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과 3기 신도시 조성 계획도 발표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작년 강남 재건축 단지, 갭투자·법인을 통한 편법 주택 거래 등으로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기습적으로 12.16 대책을 꺼냈다.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전면 금지하고 고가주택에 대해 LTV를 차등 적용하며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는 등 강력한 대책이었다.

◆12.16기습대책에도 갭투자 등 풍선효과 두드러지자 다시 초강수

이에 시장이 진정하는 듯 보였지만, 이번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랴부랴 올해 2월 20일 수원과 안양, 의왕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시켰으나, 이에 투기수요는 인천, 경기 군포, 안산, 대전 등지로 거점을 옮기며 갭투자를 통해 집값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최저수준 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성으로 투기수요의 주택시장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 외곽지역, 수도권 비규제지역, 일부 지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규제지역의 안정세도 재반등했다.

실제 주택시장 선행지표인 주택거래량도 수도권 기준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법인·갭투자 증가세도 뚜렷하다. 30년 초과 아파트(재건축)는 일부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 후 호가 상승이 지속되며, 개발호재 기대감이 있는 지역의 불안정성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장기 저금리에 적지않게 풀리는 부동자금, 시장 안정화에 변수될 듯

이번 6.17대책은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 등 일부 과열현상을 보이는 풍선효과 지역을 없애버리는 수준의 내용이 포함됐다. 조정·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확대를 통한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 외에도 법인거래와 정비사업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를 제한하는 이번 대책의 강도는 여느 정책 못지않게 규제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풍선효과가 발생한 비규제지역의 국지적 과열현상이 일부 진정되고 단기적으로 거래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수요자도 관망하는 움직임이 현실화될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저금리 현상이 2022년까지 상당히 장기간 이어질 전망인데다, 하반기 30조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이 만만치 않게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원천봉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값의 조정까지 기대하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장은 "자칫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는 등 자가 이전의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투자처 발굴과 어렵더라도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공공재개발을 앞세운 재개발 규제완화, 잠실 MICE 복합개발, 삼성동 영동대로 복합개발, 신분당선 등 광역교통망 사업에 대한 예타 무시 등 대규모 토건개발 추진으로 집값이 안오를 수가 없었다는 것. 실제 현 정권 이전 서울 아파트값은 중위가격 기준으로 세대당 6억원대였지만, 2020년 5월 9억원으로 3억원이나 오른 상태다.

정부의 대책이 후속 입법으로 이어지고 효과가 생기려면 수년이 걸리는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바로 약효를 발휘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실련 관계자는 "집값 거품 조장, 투기 조장대책에 대한 전면재검토 없이는 낮게 조작된 공시가격으로 부과되는 종부세 인상이나 양도세 강화, 대출규제 강화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분별한 대규모 토건·재벌 특혜개발 정책을 전면 중단하고 저렴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공공택지 민간 매각금지, 건물만 분양, 선분양 및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의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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