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상 무산에 안심? 대치동 보유세1.5배 폭탄 터진다
12·16대책 종부세 인상 법안
이달 안에 처리 어려울 듯
올해 세율 오르지 않아도
고가 아파트 보유세 급등에 변함 없어
지난해 실거래가가 3.3㎡당 최고 1억원이 넘기도 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담은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강남 고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반영돼 올해 공시가격이 시세 30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24억3700만원이다.
주인 박모(53)씨는 12·16대책으로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급증을 걱정하다 올해 종부세 인상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안도하고 있다. 12·16대책대로라면 박씨의 집에 적용될 종부세율이 1.4%에서 1.6%로 올라간다.
하지만 세율이 0.2%포인트 내린다고 세금이 그만큼 줄지 않는다. 박씨가 실제로 올해 내야 할 세금은 12·16대책 시행에 상관없이 그대로다. 어찌 되든 올해 보유세가 종부세 450만원을 포함해 1348만원이다. 지난해 992만원보다 350만원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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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부세 인상 어려워
12·16대책이 불발하더라도 올해 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은 터진다. 강남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12·16대책보다 내려가는 세율 인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12·16대책은 종부세 세율을 0.1~0.8%포인트 올리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상한(지난해 대비 세금 증가 한도)을 100%에서 20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달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돼야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하는데 여·야간 이견으로 올해 시행이 어려워졌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29억37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의 올해 보유세가 12·16대책에 따른 세율 변동에 상관없이 1770만원이다. 지난해 1204만원의 1.5배다.
12·16대책이 적용되지 않아도 세금이 급등하는 이유는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뛰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급등만으로도 보유세가 세부담상한(1주택 전년도의 150%)까지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40%, 아크로리버파크 84㎡ 28% 각각 오른다. 정부가 시세 9억원 초과의 올해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대폭 올리면서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에서 시세 15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27%이고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구(25.5%)와 서초구(22.6%)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서울 평균 14.7%) .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12·16대책 무산 혜택을 본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2위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가 지난해 55억6800만원에서 65억6800만원으로 18% 올랐다. 12·16대책을 적용하면 보유세가 9830만원인데 기존 세율로는 8677만원이다. 1000만원 넘게 줄어든다.
강북지역의 대표적인 고가아파트인 종로구 경희궁자이. 84㎡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8400만원에서 올해 11억7200만원으로 19% 상승한다. 올해 보유세가 12·16대책 시행 시 444만원, 기존 세율로는 437만원으로 7만원 차이 난다.
12·16대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크게 본다. 12·16대책이 다주택자 세율을 많이 올리기 때문이다. 1주택자 세율이 0.5~2.7%에서 0.6~3.0%로 10~20% 오르는 데 비해 다주택자 세율은 11~33% 상승한다(0.6~3.2→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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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 부담 줄어
대치동 은마 84㎡와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두 채의 올해 공시가격이 총 45억2700만원으로 지난해(32억5600만원)보다 39% 오른다. 보유세가 기존 세율로 7048만원으로 12·16대책 세금(8005만원)보다 1000만원 정도 적다.
특히 세부담상한에 걸릴 경우 2주택자의 세금이 많이 달라진다. 12·16대책 전 기준으로는 보유세가 아무리 많이 늘어도 지난해의 2배를 넘지 못하는데 12·16대책으로는 3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20대 국회에서 12·16대책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정부의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돼도 21대 국회에 재발의하고 이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16대책 종부세 인상안이 올해를 넘겨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올해 집값이 내려가도 내년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세율이 올라가는 데다 이미 확정된 대로 공시가격 중 종부세 산정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에 5%포인트(90→95%) 올라가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의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5% 내린 27억901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내년 보유세가 2545만원이다. 올해(1770만원)보다 40% 넘게 더 오른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세부담상한 적용을 받아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세금보다 적게 낼 경우 내년에 늘어나는 세금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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