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상 무산에 안심? 대치동 보유세1.5배 폭탄 터진다

안장원 2020. 5. 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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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12·16대책 종부세 인상 법안
이달 안에 처리 어려울 듯
올해 세율 오르지 않아도
고가 아파트 보유세 급등에 변함 없어
올해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다음 달 1일이 다가오면서 강남 아파트 초급매물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달 안에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 올해 종부세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실거래가가 3.3㎡당 최고 1억원이 넘기도 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담은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강남 고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반영돼 올해 공시가격이 시세 30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24억3700만원이다.

주인 박모(53)씨는 12·16대책으로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급증을 걱정하다 올해 종부세 인상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안도하고 있다. 12·16대책대로라면 박씨의 집에 적용될 종부세율이 1.4%에서 1.6%로 올라간다.

하지만 세율이 0.2%포인트 내린다고 세금이 그만큼 줄지 않는다. 박씨가 실제로 올해 내야 할 세금은 12·16대책 시행에 상관없이 그대로다. 어찌 되든 올해 보유세가 종부세 450만원을 포함해 1348만원이다. 지난해 992만원보다 350만원가량 늘어난다.


올해 종부세 인상 어려워

12·16대책이 불발하더라도 올해 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은 터진다. 강남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12·16대책보다 내려가는 세율 인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12·16대책은 종부세 세율을 0.1~0.8%포인트 올리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상한(지난해 대비 세금 증가 한도)을 100%에서 20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달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돼야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하는데 여·야간 이견으로 올해 시행이 어려워졌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29억37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의 올해 보유세가 12·16대책에 따른 세율 변동에 상관없이 1770만원이다. 지난해 1204만원의 1.5배다.

12·16대책이 적용되지 않아도 세금이 급등하는 이유는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뛰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급등만으로도 보유세가 세부담상한(1주택 전년도의 150%)까지 늘어난다.

자료: 기획재정부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40%, 아크로리버파크 84㎡ 28% 각각 오른다. 정부가 시세 9억원 초과의 올해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대폭 올리면서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에서 시세 15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27%이고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구(25.5%)와 서초구(22.6%)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서울 평균 14.7%) .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12·16대책 무산 혜택을 본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2위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가 지난해 55억6800만원에서 65억6800만원으로 18% 올랐다. 12·16대책을 적용하면 보유세가 9830만원인데 기존 세율로는 8677만원이다. 1000만원 넘게 줄어든다.

강북지역의 대표적인 고가아파트인 종로구 경희궁자이. 84㎡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8400만원에서 올해 11억7200만원으로 19% 상승한다. 올해 보유세가 12·16대책 시행 시 444만원, 기존 세율로는 437만원으로 7만원 차이 난다.

12·16대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크게 본다. 12·16대책이 다주택자 세율을 많이 올리기 때문이다. 1주택자 세율이 0.5~2.7%에서 0.6~3.0%로 10~20% 오르는 데 비해 다주택자 세율은 11~33% 상승한다(0.6~3.2→0.8~4.0%).


다주택자 세 부담 줄어

대치동 은마 84㎡와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두 채의 올해 공시가격이 총 45억2700만원으로 지난해(32억5600만원)보다 39% 오른다. 보유세가 기존 세율로 7048만원으로 12·16대책 세금(8005만원)보다 1000만원 정도 적다.

특히 세부담상한에 걸릴 경우 2주택자의 세금이 많이 달라진다. 12·16대책 전 기준으로는 보유세가 아무리 많이 늘어도 지난해의 2배를 넘지 못하는데 12·16대책으로는 3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20대 국회에서 12·16대책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정부의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돼도 21대 국회에 재발의하고 이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12·16대책 종부세 인상안이 올해를 넘겨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올해 집값이 내려가도 내년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세율이 올라가는 데다 이미 확정된 대로 공시가격 중 종부세 산정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에 5%포인트(90→95%) 올라가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의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5% 내린 27억901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내년 보유세가 2545만원이다. 올해(1770만원)보다 40% 넘게 더 오른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세부담상한 적용을 받아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세금보다 적게 낼 경우 내년에 늘어나는 세금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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