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큰손들 "집값 따라 강남 간다"
경기침체로 가격 떨어진 틈 노려
서울 외지인 비중은 3개월 연속↓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1채를 샀다. 평소 강남 아파트에 관심은 있었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해 인근 중개업소에 매수 대기만 걸어놓고 있었지만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던 매물이 수억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바로 계약에 나섰다. A씨는 "아직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지만 충분히 가격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인 만큼 시세차익도 기대하고 매입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지방 '큰손'들의 강남권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높은 가격 탓에 머뭇거렸던 지방 수요자들이 최근 수억원씩 떨어진 가격에 나오고 있는 강남권 급매물 잡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외지인의 비율은 지난해 12월 26.11%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24.98%, 2월 23.88%, 3월 23.12%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경기까지 나빠지자 투자 목적의 외지인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고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선 외지인의 매매거래 비중은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강남구다. 전체 아파트매입 건수에서 외지인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월 25.37%였지만 올해 2월 29.39%로 뛰더니 지난달에는 30%를 돌파했다. 강남 아파트 10채 중에 3채는 외지인이 사들인 셈이다. 이는 비중이 20% 중반대였던 지난해와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서초구는 외지인 매매거래 비중이 지난 1월 21.75%로 서울 평균에 비해 낮았지만 지난 2월 27.65%, 3월 25.85%로 껑충 뛰었다. 송파구 역시 지난 1월 30.12%, 2월 29.72%, 3월 28.27%로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시장상황이 나쁜 만큼 절대적인 거래량은 줄어든 가운데 지방 큰손들이 강남권 아파트의 주요 매수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을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A공인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이 있었던 부산, 대구 등 지방 매수대기자들이 최근 조금씩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개포주공1단지 등에서 몇건 체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착공신고가 이뤄지면 조합원 지분 거래가 금지되는 탓에 최근 한두달 사이 2억원 안팎 떨어진 급매물 계약이 이뤄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주요 관심 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급매'일 경우 충분히 매수할 매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아파트 76.7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달까지 19억원 초중반대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17억원대에도 매물이 올라와 있다.
대구에 거주중인 B씨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 말이 많지만 이 기회에 재건축 단지 하나를 사둘 생각"이라며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 등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B공인 대표는 "은마 82㎡도 18억원대로 떨어졌다"며 "15억원을 넘는 단지들은 대출이 안나오기 때문에 거래가 드물지만 지방에서 똘똘한 한채를 갖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고객이 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외지인의 강남 아파트 매수세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4ㆍ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마를 제외한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면 아직 충분히 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당장 매입하라고 추천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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