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시공이윤' 알고 보니.. 강남 A조합 "23% 남겼다" 주장
김노향 기자 2020. 4. 14. 04:15
#1.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 조합 간부의 비리가 드러나 조합장 교체 등 내홍을 겪은 뒤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엔 일부 조합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시공사가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증거자료를 만들어 뿌렸다. 비상대책위는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시공이윤이 당초 시공사가 주장한 것보다 훨씬 높은 23% 안팎이라는 리포트를 제작했다. 조합은 시공사를 상대로 추가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료 공개는 거부했다.
#2. 서울 용산의 한 주상복합은 2017년 분양 당시 3.3㎡당 3650만원이란 고분양가로 화제가 됐다. ‘상위 1% 부자만 살 수 있는 럭셔리아파트’를 콘셉트로 펜트하우스 매매가가 지난해 85억원에 달했다. 시공사는 ‘고급 감성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내세워 8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피’(Boffi) 등을 사용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공사가 30% 진행된 상황에서 조합은 시공사의 일방적인 자재 변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분양 당시 광고와 달리 공사 도중 값싼 자재로 바꿔 공사비를 줄이려 했다는 것. 조합은 “아파트 바깥벽과 유리, 바닥 자재를 설계와 다르게 변경했음에도 안내받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시공사는 “일부 조합 이사가 자재업체와 결탁해 설계변경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저유가 전쟁, 해외 발주 축소, 국내·외 공사 지연 등으로 국내 건설기업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부동산 불황이 겹쳐 국내 주택사업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강남 재건축의 경우 갈수록 시공사 경쟁이 심화돼 공사비를 어떻게든 더 받아내려는 건설업체와 비용을 낮추려는 조합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최근엔 강남, 용산, 과천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유행하자 시공사들이 고가자재를 사용한다는 빌미로 깜깜이 공사비를 운영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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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 고가자재 실제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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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이 비싼 강남권은 기본적인 사업비가 많이 드는 데다 정부의 민간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수익성은 줄어들어 건설업체 입장에선 공사비를 올려야 그나마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안이 된 이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공사비는 올 초 3.3㎡당 550만원 안팎이었지만 최근 60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시공사가 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 간 치열한 시공 경쟁으로 공사비 수준은 큰 차이가 없지만 최근 몇년간 일부 단지의 공사비 증가율을 보면 ‘폭등 수준’이다. 2017년에 분양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시공사가 당초 제안한 공사비가 3.3㎡당 430~440만원대였다. 일부 사례긴 하지만 연간 10%대 상승률이다.
용산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시공사가 물가상승률 등을 근거로 추가분담금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0.4%인 점을 고려하면 일부 재건축 공사비의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디에이치, 아크로, 푸르지오써밋 등 대형 건설업체가 내세우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깜깜이 공사비’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의 경우 일반적으론 시공사가 조합과 협의해 조정한다는 특약이 있어 논란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디에이치, 아크로, 푸르지오써밋 등 대형 건설업체가 내세우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깜깜이 공사비’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의 경우 일반적으론 시공사가 조합과 협의해 조정한다는 특약이 있어 논란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수영장과 골프장 등 호화스러운 커뮤니티는 기본이고 브런치 룸서비스와 하우스 키핑 등 호텔서비스가 제공돼 ‘비싼 값’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고가자재 등은 검증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게 조합 측의 주장이다.
강남의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내역 중에 조합원이 검증하기 힘든 것이 해외 명품자재인데 계약업체에 실제 가격을 문의해보니 높은 가격을 언급했지만 여러 경쟁업체에 확인한 결과 시공사가 ‘특판가’라는 할인가격에 자재계약을 맺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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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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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대형 건설업체 가운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9년 영업이익률이 4.6%로, 전년(6.3%)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2위인 현대건설의 경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5.0%에서 4.9%로 소폭 하락했다.
대우건설(5.9%→4.2%)과 포스코건설(4.3%→3.2%)도 영업이익률이 5% 아래로 떨어졌고 SK건설(3.4%)은 전년(1.3%)보다 2.1%포인트 뛰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GS건설(8.1%→7.3%)과 롯데건설(8.6%→5.7%)도 실적이 나빠졌다.
그나마 대림산업(8.8%→14.1%)과 HDC현대산업개발(11.2%→13.0%)이 1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진입한 호반건설의 경우 자체사업이 많아 2018년 23.6%의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호반건설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0%대를 기록했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 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해외사업이나 공공공사 등에 비해 아파트사업의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며 “호반건설 영업이익률과 대형 건설업체 재건축 이익률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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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깎아주나” 힘겨루다 계약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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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들의 시공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 기업의 경우 소위 ‘제로 마진’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높인다.
서초구 재건축단지인 ‘신반포15차’는 조합이 기존 시공사였던 대우건설과 공사비를 놓고 마찰을 빚어오다 결국 지난해 계약을 해지했다. 대우건설은 3.3㎡당 500만원 초반대, 조합은 더 낮은 400만원대를 요구해 사업이 결렬됐다는 게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당시 대우건설은 ‘제로 마진’ 수준으로 시공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지역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입지인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 제고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윤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에 의심의 시선이 상당하지만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당장 수익은 안 나도 다음 사업을 위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제로 마진’ 수준으로 시공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지역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입지인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 제고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윤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에 의심의 시선이 상당하지만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당장 수익은 안 나도 다음 사업을 위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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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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