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식의 현장에서] 입맛 맞는 수치보다 현장 목소리를

2020. 1.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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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이후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이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서울 강남북의 어느 중개소를 가더라도 찾아오는 이들을 잘 보지 못했다.

지난 14일 국토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집값 상승을 견인해 온 15억원 초과 주택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서울 집값은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2·16 대책 발표로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서울 전역에 걸쳐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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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16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를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아쉬운 점은 정부가 점점 규제의 강도를 높여왔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귀기울여 듣는 것 같지 않아요.” (서울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12·16 대책 이후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이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서울 강남북의 어느 중개소를 가더라도 찾아오는 이들을 잘 보지 못했다. 중개사들은 “사무실을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실종’이라고 아우성이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인 ‘6·19 대책’이 나온 이후 지난달 ‘12·16 대책’까지 총 18차례 규제정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서울 집값은 갈수록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약 3억원이나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이달 9억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러 통계 수치를 거론하며 정책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집값 상승을 견인해 온 15억원 초과 주택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서울 집값은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평균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통계 범위를 수도권이나 전국으로 넓히면 집값 상승폭이 줄어드는 게 평균의 오류다. 또 정책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입맛에만 맞는 데이터를 고른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조사 기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각각 0.01∼0.02% 떨어지면서 7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 변동률은 0.03%를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세는 여전히 30주째 이어지고 있다. 강북 지역 9억원 이하 아파트들도 가파른 상승 조짐을 보이며 ‘풍선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전셋값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최근 전셋값 상승은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것으로, 신학기 수요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12·16 대책 발표로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서울 전역에 걸쳐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가점이 낮은 30대가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지난 29일 국토부는 반박 자료를 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신규 주택 청약 당첨자 중 30대 비중은 35.8%, 40대 비중은 37.3%로 연령에 따라 편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30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포함된 통계에 따른 것이다. 일반공급은 공급물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점제에서 30대의 당첨비율은 26.7%에 그친다.

강남 집값 잡기 대책의 피해가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어설픈 해명보다 진짜 해법을 찾는 데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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