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공포' 일산·삼송 이어 은평까지.. 아파트거래 실종

김현우 2019. 7.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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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아파트 매매 변동률 하락..은평뉴타운 월거래량 급감..석달만에 3분의 1토막
은평 살림마을 아이파크..전용 85㎡ 5억9천에 나오기도
"급매가 꽤 나오고 있는데 거래는 없어요. 급급매 정도만 금방 팔리지 매물이 나와도 매수 문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전세도 잘 안나가고요."

16일 서울 서북부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 지역인 은평뉴타운 부동산중개업소의 푸념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지난 5월 3기 신도시에 고양 창릉이 포함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1기 신도시인 일산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의 분위기와 데자뷔다. 3기 신도시발 악재가 일산에서 출발해 삼송을 찍고 은평뉴타운까지 남하했다.

■3기 신도시發 먹구름 은평까지 뒤숭숭

지난 5월 7일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이 발표되자 일산은 공급과잉 직격탄을 맞았다.

일산서구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1000만~2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급매로 매물을 내놓았지만 매수세가 실종되고 아파트시장은 얼어붙었다.

일산은 3기 신도시 발표 이전에도 고양 원흥·삼송지구 등 인근에 새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며 대규모 베드타운 신세로 전락했었다. 여기에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창릉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되자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

실제 일산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과 달리 지난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할 때도 일산은 오히려 아파트 거래량 변동률이 더 하락했다.

부동산114 아파트 매매 월간 변동률 추이에 따르면 일산은 올해 2월 0.01%로 플러스를 기록한 이후 3월 -0.02%, 4월 -0.11%, 5월 -0.19%, 6월 -0.15%로 3기 신도시 발표가 있던 5월 전후로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역시 떨어졌다. 경기부동산포털 실거래가통합조회 자료에 따르면 고양 일산서구 문촌마을 전용 49.68㎡ 매매가는 지난 5월 2억6300만원에서 이달 2억4500만원까지 2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전셋값 역시 같은 평형이 1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내린 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송 찍고 은평…아파트 거래 말라

문제는 일산의 분위기가 주변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산신도시에서 인근의 고양 삼송지구에서도 가격하락세는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고양 덕양구 삼송동 '삼송마을로얄듀크' 전용 84.96㎡의 매매가는 지난 5월 초 5억1000만원이었다가 지난달에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서북부에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5월 이후 일산·운정·파주 등에 한정됐던 '집값 역주행'이 시간이 흐르면서 은평뉴타운에까지 남하하고 있는 것이다. 은평에서는 가격하락의 폭이 급격하지는 않지만 집주인들이 더 이상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데다 매수문의가 줄며 거래가 급격히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은평구 진관동 삼성래미안9단지 전용 84.84㎡의 실거래가는 지난 4월 7억250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7억원까지 빠졌다. 거래량에서는 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은평뉴타운이 있는 진관동 24개 단지의 월별 거래량은 4월 15개에서 5월엔 18개로 늘었지만 6월 들어 6개를 기록해 전달 대비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아파트 매매 월간 변동률을 봐도 은평구는 지난 4월 0.02%에서 3기 신도시 발표가 있었던 5월에 -0.12%로 꺾여 6월 -0.2%를 기록하며 거래량 감소폭을 키웠다.

■출근길 15분 감수하면 더 싼 새 아파트

부동산업계에서는 은평뉴타운의 최근 분위기에 대해 서울 접근성과 분양가 메리트를 갖춘 3기 신도시의 영향이 다분히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고양 창릉은 삼송지구보다도 더 서울 쪽에 가깝다. 지금도 은평구 수색역에서 자동차로 15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한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서울 출퇴근을 고려하는 실수요자라면 입지는 좋은 편이다.

향후 창릉지구와 연결되는 새 교통망이 확충되면 10~15분의 출퇴근길 수고만 감수한다면 더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은평뉴타운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한 달 전쯤 상림마을 아이파크 전용 85㎡가 5억9000에 급하게 나와서 알아봤더니 계약 직전에 6억5000만원으로 호가를 올려 포기했다. 그 매물은 지금도 안 팔렸다고 들었다"며 "은평뉴타운이 벌써 10년 정도 된 데다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되다보니 차라리 용산이나 마포 등으로 갈 게 아니면 3기 신도시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일산은 3기 신도시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히 입증되지만 아직 은평은 확신하기까진 이르다"며 "삼송지구보다 입지도 좋고 가격메리트가 있는 3기 신도시가 은평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 서북부 부동산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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