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끝물엔 갭 메우기, 침체기엔 수익형 투자 유행"

한상혁 기자 2017. 7.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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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룡의 실전투자 시크릿] ④ 부동산 사이클을 알면 길이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cycle)을 이해하면 긴 시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경기(景氣)란 한 국가의 전반적 경제 활동 수준이 좋고 나쁨을 나타내는데, 보통 일정한 패턴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가격의 상승과 하락 진폭이 다른 경우보다 더욱 커진다.

부동산 실전 고수로 꼽히는 신현강씨는 “부동산 시장은 이런 특성 때문에 ‘침체기’, ‘회복기’, ‘상승기’, ‘급등기’의 네 단계를 거쳐 순환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신현강씨. /지혜로 제공

신씨는 최근 대형 서점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저서 ‘부동산 투자 이렇게 쉬웠어?’(지혜로)에서 ‘시장 사이클에 따른 적절한 투자 방법’을 제시했다.

인터넷 투자 관련 사이트 등에서 ‘부룡’이란 필명으로 20년 이상 활동한 그는 다음(daum) 카페 ‘행복재테크’에서도 인기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에 따른 투자 방법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 회복기, 상승기, 급등기 등 4단계의 사이클을 거친다. /지혜로 제공

<1단계> 침체기 : 수익형 투자

침체기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더 이상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씨는 “가격이 빠지면서 수익형 투자가 더 유리한 시장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만약 1억원을 주고 구입한 빌라를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에 세를 놓으면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이 연 7.5%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1억원이던 빌라의 가격이 8000만원으로 하락하면 자기자본 6000만원만 투자해되 되기 때문에 수익률은 10%로 올라간다.

침체가 길어질수록 더 싸게 살 수 있고,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하면 수익률은 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침체기에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매가 활성화된다.

<2단계> 회복기 : 갭 투자와 분양권 투자

회복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전세가격 상승이다. 결혼이나 가구 분리로 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지만,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가 신규 분양을 꺼리다보니 주택 공급은 계속 줄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은 누군가 주택을 구입하고 난 다음 시중에 나오는데 침체기에는 주택 구입도 줄어 전세 공급이 줄어든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시민들이 청약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면 전세가격은 상승한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회복기에 유효한 투자 방법이 바로 이른바 ‘갭(gap) 투자’와 ‘분양권 투자’(미분양 포함)이다.

전세 가격의 상승을 이용해 매매가와 전세가격의 차액만으로 하는 ‘갭 투자’는 투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매 가격에 근접한 전세 가격이 다시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게 되므로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회복기에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계약자는 10%의 계약금만 있으면 분양받을 수 있고, 자유로운 분양권 거래로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팔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건설사와 수요자들에게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

<3단계> 호황기 : A급 지역에 대한 투자

미분양 아파트가 사라지고, 분양 시장에서는 입지가 좋은 지역부터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분양 시장은 그동안 볼 수 없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이때부터 입지가 좋은 지역, 소위 A급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뜨겁게 달궈졌던 분양권 시장의 열기가 ‘입지가 좋은 기존 주택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입지가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 처음에는 강남부터 가격이 올라 서울 목동이나 분당 등 주변 부도심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외곽 지역까지 상승세가 퍼지지 않는다. 외곽지역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크게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부터 정부는 시장의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전과는 달리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상승하기보다는 정부 규제에 따라 잠시 출렁거리며 진폭이 큰 상태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태경 기자

<4단계> 급등기 : 외곽 지역의 갭 메우기 투자

이 시기는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기존에 보유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시세 차익을 경험한 상태다. 부동산 투자가 대세라는 사실을 거의 모든 사람이 인지한다.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그러나 이미 A급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을 찾으려고 한다.

반면 상승장에서 시세 차익을 경험하지 못한 무주택자나 상승세가 약했던 B급 또는 C급 지역, 그리고 수도권 외곽 지역 거주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결국 저평가된 지역을 찾는 투자자들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에 의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형성된 외곽 지역에서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A급 지역과 B·C급 지역의 가격 차이가 커져 투자자들이 점차 주변부로 이동하는 이 시기에 적합한 투자가 바로 ‘갭 메우기 투자’이다. 많이 오른 지역보다 아직 상승 여지가 있는 외곽 으로 투자자가 이동하면서 그동안 벌어진 가격 차이가 메워지는 과정이다.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과 목동이 상승한 이후 속칭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이나 인천 등이 상승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 시기에는 부동산 규제 정책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 투자 수요가 감소 내지 정체할 위험이 커진다. 초보 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으로 투자에 더욱 집중한다. 반면, 고수들은 이 시점부터 조금씩 매도해 시세 차익을 회수하며 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이후에는 상승기와는 반대로 오른지 얼마 안되는 C급 지역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점차 A급 지역으로 하락세가 확산된다. 이렇게 부동산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게 된다.

■ 지금 부동산 시장은 어떤 시기인가?

그렇다면 2016~2017년 현재는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상 어느 위치에 있을까. 신씨는 현재 시장이 “‘회복기’에서 ‘호황기’로 넘어온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이미 시행됐고, 긴 침체기를 벗어나 분양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입지가 좋은 지역은 프리미엄이 상당히 높다.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호황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이 유망한 투자 시장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자라면 이제 호황기(3단계)와 급등기(4단계)의 투자 방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6년 하반기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재도입(11·3대책)을 비롯한 시장 규제 정책을 내세웠고, 이로 인해 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사례로 볼 때, 시장은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며 천천히 우상향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에서 각 단계의 정확한 시작과 종료 시점을 알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같은 단계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은 조금씩 달라지므로 100% 똑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도 없다. 신씨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어떻게 될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맞게 투자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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