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이후.. 강북 열기·수도권 냉기 '양극화'
수혜 예상 수도권은 미분양 공포
수원 청약 1.4대 1… 평택은 미달
전문가 “강북 풍선효과도 지속 어려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3일 이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촌그랑자이’(대흥2구역 재개발)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분양 일정을 묻는 전화만 30~40통은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또한 “조합원 입주권 매물이 나오면 반나절 만에 매수자가 계약금을 내고 가지고 간다”며 “전용 59㎡ 기준 입주권 시세가 6억원대 중후반이었는데 이젠 7억원에도 매매가 성사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11ㆍ3 대책 이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강남을 대신해 ‘준(準) 규제지역’인 마포ㆍ서대문ㆍ용산 등 강북 일부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반면 이번에 규제 대상에서 빠져 ‘수혜지역’으로 분류됐던 수도권 일대에는 외려 유동성 유입이 뚝 끊기면서 미분양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3일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서울 강남4구(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ㆍ강동구) 등에 대해 분양권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이외 서울 비(非)강남 지역 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민간택지 기준)에서 1년 6개월로 1년 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마포ㆍ서대문ㆍ용산 등 비(非)강남권 주요 지역에는 오히려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18개월 전매제한을 적용 받는 신규 분양 단지는 물론 기존 재고주택으로까지 투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ㆍ대흥동ㆍ용강동 일대 기존 재고주택 시세는 3일 이후 1,000만~2,000만원 가량 상승했고, 도봉구 창동 상계주공아파트 17~19단지 또한 시세가 일제히 500만~2,000만원 올랐다.
이들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은 강남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분양권 거래를 완전히 틀어막은 강남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입지 여건이 좋아 추가적인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큰 이들 지역이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강남구 아파트 값이 6.8% 상승한 반면 마포구(3.0%) 서대문구(2.5%) 용산구(2.2%)의 상승폭은 이에 못 미쳤다.
반면 11ㆍ3 대책의 적용대상이 아닌 탓에 반사이익을 기대한 수도권 지역에는 투자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3일 청약 접수를 받은 ‘수원인계 한양수자인 주상복합’은 평균 1.4대 1의 경쟁률에 그쳤고, ‘평택 신장동 메디슨스퀘어3’은 84가구 모집에 17명이 청약을 접수하며 전용 84㎡F형을 제외한 나머지 7개 타입이 모두 미달됐다. 분양 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대책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것은 투기 요소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강북 등의 풍선효과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가 과열 지역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맞춤형 규제를 펼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올 연말 미국 금리인상, 내년 공급(입주) 물량 증가 등의 요인이 더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활황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na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mailto:ac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