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경제..엎친데 덮친 '최순실 파도'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016. 10.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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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표류하는 대한민국 경제 1: 秘線이 망친 나라경제, 1997년 판박이

최순실 사태가 그렇지 않아도 불안불안한 우리 경제마저 위기로 몰고 있다. 비선(秘線)에 기대어 온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권 기능이 마비상태가 되면서, 경제 위기를 타개해야할 리더십마저 자취를 감췄다.

한보그룹 사태가 당시 비선 실세인 '소통령' 김현철 씨의 구속으로 연결되면서 정권이 위기 대응능력을 상실했던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한보 비리와 비선 실세, IMF사태로 연결되다

1997년 1월, 당시 재계 14위 한보그룹이 부도가 났다. 이 과정에서 한보그룹이 극도로 부실이 심해진 상황에서도 정권 실세들이 산업은행 등의 정책자금을 비롯해 5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주도록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대출을 내 준 은행장들은 물론 실세 국회의원들과 현직 장관 등 권력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됐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YS정권의 비선으로 소통령으로 불리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까지 끝내 구속됐다.

김현철 씨의 연루사실이 드러나게 된 계기는 어이없게도 그와 친하게 지내던 한 비뇨기과 의사의 비디오테이프 때문이었다. 어쨌든 대통령의 아들이자 비선 핵심실세의 구속으로 정권은 식물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미 기업들은 무분별하게 끌어들인 외화대출로 줄줄이 부도를 맞는 상황이었고, 한보그룹은 물론 기아차, 나중에는 대우그룹까지 휘청거리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할 정부 경제팀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그해 연말 한국은 치욕의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 비선실세와 정권 마비…19년 전으로 돌아간 시계

2016년 대우조선해양은 4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수혈 받고도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이미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별관 회의 멤버인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권력 실세들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우조선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로비에 조선일보 주필이 개입된 정황이 제기됐고,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일합을 겨루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여는 결정적 단서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정권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일 제기되는 의혹과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 전모에 박근혜 정권은 마비상태가 됐다.

이달 중으로 조선·해양 산업 구조조정 방안과 부동산 시장 과열 대책 등을 내놔야하는 정부 경제팀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심각하게 돌아가는 경제 현안을 논의할 경제장관회의에는 경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모두 17명의 참석대상자 가운데 3명만 참석했다.

정부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고 묻자 유일호 부총리는 "노력은 했는데 그 사이에 시간을 잡지 못했다"고 답했다.

◇ 사방은 온통 경고등 뿐인데…엎친데 덮친 최순실 파도

이러는 사이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분기 경제는 0.7% 성장해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해, 저성장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 산업은 대다수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고, 특히 우리 경제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휘청이고 있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지난 9월 16만7천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달 동안 계속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파산하는 기업 수도 해마다 늘어나 올해는 6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장은 멈췄고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인 70%대로 떨어졌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금모으기 운동으로 힘을 보탰던 가계는 이제 1200조원이 넘는 과중한 부채에 시달려 더 이상 여력이 없다. 지갑마저 닫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대한민국 경제에는 온통 경고등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라는 거대한 파도에 키를 잡아야 할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까지 기능을 상실했다.

인하대 경제학과 강병구 교수는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불안은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위기 대응기능을 상실할 경우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도 "외환보유고가 높은 것을 제외하면 현재 상황은 1997년과 닮은 꼴"이라며 "경제구조 개혁까지는 몰라도 당면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이번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미 26일 코스피가 23.28포인트나 급락하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2016년은 1997년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가는가. 온 경제주체가 정신차려도 모자랄 엄중한 시기에 최순실 사태는 대한민국 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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