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한풀 꺾이고.. 비강남권은 '풍선효과' 우려
다음달 3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최근 과열 양상을 빚은 서울 등의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력한 규제 대상으로 꼽히는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 등의 재건축 단지에선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는데도 거래가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주택시장 과열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강남권 이외 비규제 대상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아파트 청약 경쟁이 급증하는 등의 ‘풍선효과’도 우려하고 있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주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3월 이후 33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송파구와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각각 0.03%, 0.02%씩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을 1000만∼2000만원씩 깎겠다는 매도자가 있는데 매수자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 상황이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고 엄포를 놓고 나서 위축되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강남권이 그동안 특별한 이유 없이 급하게 가격이 올랐다 보니깐 대책 발표 공언 이후 거품이 없어지고 가격이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잠시 ‘숨 고르기’ 정도에 그칠 공산도 커보인다. 대책 발표로 유일하게 선전 중인 건설 경기마저 침체된다면 경제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우려가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여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신 팀장은 “대책 발표 전과 직후까진 심리적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게 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제 대책이 나오고 그 대책에 따른 변화가 생기면 이전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대책이 선별적·단계적으로 발표되고, 1단계 조치가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청약 과열을 잠재우는 수준에 그친다면 규제 지역을 피해 유동성이 몰리는 현상도 불가피해진다. 마침 연말까지 남은 서울의 분양 예정 재개발 물량 9500여 가구 가운데 강남 3구 지역은 7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그동안 강남권에 시세차익을 노려 몰렸던 가수요 등이 마포나 양천구 등 다른 유망 지역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만약에 현재까지 언론 등에 나온 대책 정도라면 정부의 대응 수준이 강력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정부 규제 대상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만 한정한다면 실수요 거래 등이 살아 있는 비강남권에 풍선효과 현상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나기천·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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