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붕괴..국가 비상사태] 국정동력 상실..정책 표류·성장률 하락·소비침체 '경제악몽' 재연

임지훈 기자 2016. 10.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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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레임덕 보니, 수출부진·실업률 급등 등 가뜩이나 지표 최악인데, 경제심리 위축·불확실성 증대에 기업들 투자 주저, 경제체력마저 바닥..경제관료들 복지부동 우려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대통령.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들어선 후 집권 후반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는 어김없이 레임덕에 시달렸다. 친인척·측근 비리 및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국정 동력은 급속하게 상실되고 대통령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됐다.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경제정책은 표류하고 경기는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경제도 주저앉았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4년 차 레임덕에 빠지는 1987년 체제의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집권 후반기 약해진 국정 동력을 ‘개헌’이라는 카드로 되살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국 대통령이 직접 연관된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혔다.

대내외 복합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제 제대로 힘 한 번 못써보고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리더십이 힘을 잃고 오락가락하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더욱 심해진다. 길을 잃은 경제정책이 미로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복합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공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경기는 이미 급랭한 상태다. 소비는 반 토막이 났고 투자는 뒷걸음질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4분기 1.0%에서 3·4분기 0.5%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2.8%에서 -0.1%로 마이너스가 됐다. 3·4분기 경제 성장률은 표면상 0.7%를 기록했지만 질은 좋지 않다. 건설투자 증가분과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0.8%)를 빼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실업률은 9월 3.6%로 같은 달 기준 2005년(3.6%)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은 올해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 경기도 좋지 않다.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불안한 미래에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고 많은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레임덕과 함께 곤두박질친 경제=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도 대통령의 레임덕과 함께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보그룹의 수서비리와 차남 현철씨의 구속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와 장남 홍업, 삼남 홍걸씨 구속으로 소속 정당을 탈당하며 집권 후반기 어려움을 겪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담도 사건, 바다 이야기 파문에 이어 형님인 건평씨의 구속으로 같은 길을 걸었다. 가장 최근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영포 게이트, 형님인 상득씨 구속 등으로 집권 후반기 경제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의 경제 성장률을 보면 2000년대 중반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의 호황기)에 집권했던 참여정부를 제외하면 5개 정부 모두 예외 없이 집권 4년 차를 거치면서 내려앉았다. 레임덕으로 인한 경제 심리 위축과 불안정성이 고조되며 투자는 침체 됐고 소비도 부진했다.

반면 유독 부동산 가격만 나 홀로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문민정부는 전반기(1~2년 차) 0.0%에서 후반기(4~5년 차) 5.1%로 뛰었고 국민의 정부는 10.1%에서 28.6%로 상승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까지 선포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되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도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이 부동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 체력 떨어진 정부···1년 4개월 버텨낼지 의문=박근혜 정부 3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2.9%로 1990년대 이후 집권한 정부 3년까지의 평균 중 가장 낮다. 김영삼 정부 때가 8.5%, 김대중 정부 4.9%, 참여 정부 5.1%, 이명박 정부가 3.3%였다. 이전 정부는 그나마 집권 전반기에 길러낸 경제 체력이 하반기의 정치·경제 레임덕을 완충했지만 현재는 여력이 적다.

노태우 정부는 9.8%(3년 차)에서 6.2%(5년 차)로, 김영삼 정부는 9.6%에서 5.9%로, 김대중 정부는 8.9%에서 7.4%로, 이명박 정부는 6.5%에서 2.3%로 각각 떨어졌다. ‘747공약(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내세우며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첫해 2.8%인 성장률을 3년 차에 6.5%까지 끌어올렸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결국 5년 차 성장률(2.3%)은 1년 차(2.8%)보다 더 가라앉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역대 정부에서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고꾸라지는 반면교사가 많음에도 경제 외적인 요인이 경제를 흔드는 현상이 이번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 외적인 변수가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해진 경제의 힘을 더 빼버릴까 두려운 상황인데 경제관료들의 복지부동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이태규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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