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8% 줄어.. '예산 전쟁' 核으로

안준용 기자 2016. 10. 25.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朴대통령 어제 국회 시정연설] - 정부·재정학자 "줄여야" 나랏빚 늘고 복지예산 부족.. 사회기반시설 이미 충분 - 건설·토목업계 "시기상조" 경기 살릴 수 있는 파급 효과 커.. 물류비용 줄여 지역 경제 도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여야 간 '예산 전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SOC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SOC(Social Overhead Capital)란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말한다. 정부와 재정학자들은 "나랏빚이 늘어나고 있고 복지에 쓸 돈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SOC 투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건설·토목업계에서는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파급 효과가 큰 SOC 투자를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들여 SOC를 건설하는 사업을 점점 줄이겠다는 입장을 뚜렷하게 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올해(약 23조7000억원) 대비 8.2% 줄어든 21조8000억원만 책정했다.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기 부양 효과 있다 vs 없다

정부 입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토대는 이미 충분히 마련됐다"고 주장한다. 국토 면적당 길이로 볼 때 우리나라는 G20(주요 20개국) 국가 가운데 도로와 철도 부문에서 모두 6위에 올라 있다. 그중 고속도로만으로 순위를 매기면 1위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처럼 개발도상국 시기의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SOC에 돈을 쏟아부으면 재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중앙정부 외에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들이 나서서 하는 사업까지 감안하면 SOC는 과잉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 부양을 위해 SOC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도로, 항만 등의 건설공사가 고용 파급 효과가 상당하고 물류비용을 줄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주된 근거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사회기반시설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는 싱가포르·홍콩·스위스가 지금도 꾸준히 인프라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며 "SOC 순위가 상위권이라고 해서 중단하는 건 마치 중간고사에서 82점 받은 학생이 반 평균보다 2점 높다고 공부를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 서로 다른 반면교사

SOC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 사례를 근거로 든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ICT(정보통신기술)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SOC 비중은 줄였다. 이상호 원장은 "SOC 투자를 줄인 결과 뉴욕주(1987년), 미네소타주(2007년)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교량이 붕괴하는 사고가 벌어졌다"며 "도로, 철도의 노후화도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후보)은 향후 5년간 SOC에 2750억달러(약 3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하고,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후보)는 "힐러리 공약의 배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SOC 예산 축소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주목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터지자 경기 부양을 위해 SOC에 큰돈을 쏟아부었다가 경기는 살리지도 못한 채 나라 살림만 나빠졌다.

'노후 인프라 재투자'는 양측 모두 공감

찬반양론이 거세지만 낡은 도로·철도를 보수하는 작업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합치된다. 국내 사회기반시설이 1970~1990년대 사이 짧은 기간에 급하게 건설돼 노후화 시기도 한꺼번에 도래하는 만큼 안전을 중심에 놓고 점검하는 데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를 치른 이후 관련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사전에 심사숙고해서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