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S토리] 뉴스테이, 살 만 합니까

김노향 기자 2016. 9.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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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월세, ‘8년 후 변수’ 부담
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 리스크


서울 아파트값이 수억원 뛰는 동안 세입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지금이라도 빚을 내 집을 사야 하나 고민하지만 앞으로 2~3년 안에 집값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충북혁신도시 우미 린스테이 투시도. /사진제공=우미건설

이들에게 건설사가 장기임대해주는 ‘뉴스테이’(New Stay) 아파트가 새 주거트렌드로 떠올랐다. 박근혜정부의 주거정책으로 도입된 뉴스테이는 전셋값 폭등에 따른 주거난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세입자는 최장 8년 동안 살 수 있고 연 임차료를 5%만 올려주면 된다. 보증금이 1억원이면 연 500만원인 셈이다. 서울 전셋값이 하루아침에 수천만원 뛰는 것을 감안하면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최고 100만원을 넘는 높은 월세, 8년 후 다시 전세난민이 될지 모르는 위험,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거정책이 급변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선뜻 뉴스테이를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최근 건설사들이 잇따라 선보이며 청약인기가 높아진 뉴스테이의 장단점과 제도적 리스크 요인 등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GS 뉴스테이 내부. /사진제공=GS건설

◆집값 하락론에 소유강박 벗어난 월세족

서울에 사는 주부 김율이씨(가명)는 흔히 말하는 전세난민이다. 그가 전세난민을 선택한 건 집값을 대출받을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을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미국에서 유학한 김씨는 월세지출을 필수비용으로 인식하는 데다 취득세, 재산세, 수리비에 대출이자를 내면서까지 집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출받아 산 집값이 떨어질 경우엔 은행에서 빚 상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2022년까지 연간 주택수요는 39만가구 수준.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아파트 공급량이 49만가구로 공급과잉이 10만가구 발생했고 내년엔 대부분의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이 많아졌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서민층이 대상이어서 무주택자와 저소득자에게 입주자격을 줬지만 뉴스테이는 고급주택을 짓고 중산층에게 비싼 임대료로 빌려주는 만큼 별다른 조건이 없다. 즉 높은 월세를 부담할 능력은 있지만 당장 집을 사고 싶지 않은 중산층에게 뉴스테이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집이다. 최근 분양한 GS건설 ‘동탄레이크자이 더테라스’의 경우 평균 보증금은 3억원, 월세는 50만원 수준이다.

정부사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건설사들도 아파트 분양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뉴스테이사업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대기업들이 뉴스테이를 분양했고 연말까지 우미건설, SK건설, 현대건설 등이 경기와 충북에서 뉴스테이를 내놓는다.

청약경쟁률도 높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도화’는 1순위에서 평균 5.5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롯데건설의 ‘동탄2 롯데캐슬’과 ‘신동탄 롯데캐슬’도 각각 4.16대1과 2.89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청약받은 GS건설의 ‘동탄레이크자이 더테라스’는 뉴스테이로는 최고경쟁률인 평균 26.3대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363가구 모집에 9565명이 몰렸다.


동탄레이크자이 더테라스. /사진제공=GS건설

◆반복되는 정책 리스크… 뉴스테이 살아도 될까

자가주택이든 임대주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주거의 안정성’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주거 안정화를 위한 제도를 내놓았지만 매번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과거 정부가 도입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나 보금자리주택은 정책 불확실성으로 피해사례를 만들었다. 2007년 도입한 시프트는 최장 20년 동안 전세금을 시세의 80%, 2년 주기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해 뉴스테이 같은 임대주택 역할을 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 뉴스테이, 행복주택 등 새 주거정책이 나오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이명박정부가 2009년 무주택서민을 위해 도입했으나 2013년 정권교체와 함께 사업계획 변경으로 6년 전 계약 후 준공을 기다리며 전세를 전전하던 입주대기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뉴스테이도 이런 정책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년 후 분양전환이나 임대차 재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테이는 정부사업인 만큼 8년 후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건설사 입장에선 아파트를 매각해 이익을 얻는 것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한 전문가는 “공공임대가 정부부채를 늘리는 구조여서 다양한 임대주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존 제도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체한다면 주거정책의 장기비전이 사라진다”며 “이로 인해 공급이나 정부지원이 중단되는 피해는 무주택 서민에게 돌아가고 정부의 신뢰도를 추락시킨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8년 후 아파트값이 예상보다 많이 오를 경우 뉴스테이 세입자들이 다시 전세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분양전환을 허용해도 분양가 산정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고 임대차 재계약 시 조건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정부사업이고 주거정책인 만큼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대차 재계약을 가정할 땐 조건이 맞으면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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