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민망함' 안다면 제대로 된 정책 펴라

2016. 8. 1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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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조조정에 공감할 인식 보였지만 실제 정책은 뒷받침 안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발언 가운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말고도 주목할 게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목이 그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처럼)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신산업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미 부실화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에서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걸로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신기술, 신산업을 받아들여서 오히려 더 크게 성공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예들을 좀 모아서 국민들께, 또 관련 기업들에 소개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 우리도 할 수 있다, 해내야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 부실 정리에 그치지 않고 신기술과 신산업 수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주 좋은 얘기며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경제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감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추진하자는 말도, 너무 비관적으로 접근하면 문제 해결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문제는 정부 정책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업종별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정부 정책을 살펴보자.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세법개정안에 “현안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선제적 사업재편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선택과 집중으로 유망 신산업·신기술 투자 지원” 방안 등이 들어 있다. 특히 신산업 육성을 위해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소프트웨어·보안,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등 11개 분야를 제시한 뒤 세제와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이른 시일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창조경제는 어떤가. 정부는 지금까지 1135개 창업기업과 1605개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한 결과 283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6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단하진 않으나 계속 실적을 내면 좋겠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중요한 비전인 창조경제가 다음 정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또한 신기술과 신산업 발전을 이끌 정책 기반이 튼실하지 못하다는 점을 에둘러 말해준다.

경제민주화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재벌중심 체제에서는 신기술과 신산업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재벌에 유리한 진입장벽들이 비재벌 기업들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경제민주화가 긴요하다. 정부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회안전망도 그렇다.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창업·중소기업이 도산할 경우 종사자들은 불안에 시달린다. 이를 덜어주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나 현 정부에서 큰 진전은 없다.

청와대 누리집에 실린 ‘박근혜정부 3년 정책 모음’의 한 대목이다. ‘0%대 저성장 기조 속에 출범한 박근혜정부, 경제회복 불씨 지펴’라는 소제목을 단 뒤 “박근혜정부는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출범하였다. 당시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 둔화, 투자 감소 등으로 7분기 연속(2011년 2/4분기~2012년 4/4분기) 0%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었다. 고용이 빠르게 위축되고 부동산거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서민생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13개 분기(2013년 2/4분기~2016년 2/4분기) 중 10개 분기 성장률이 0%대를 나타내고 있고 서민생활이 개선됐다는 징표도 없다. 민망함을 안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펴야 한다. ‘업종별 중장기 청사진’을 잘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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