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때 희생했더니…공공병원 환자 5년 새 30% 줄어

천호성 기자 2025. 4.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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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담병원 맡느라 일반환자 내보낸 여파
“정부가 손실보상·인프라 투자 해야”
기후정의동맹과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23년 11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병원의 회복기 예산을 삭감한 정부를 비판하며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 지정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들의 환자 수가 5년 새 30%가량 줄었다는 정부 집계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환자를 잃은 여파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만 평균 156억원의 적자를 쌓았다. 윤석열 정부 때 뒷전으로 밀린 공공병원 손실 보상과 인프라 투자가 새 정부에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겨레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2024년도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사업 경영진단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41개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의 조정환자 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의 72.7%에 그쳤다. 조정환자 수는 외래환자 숫자를 3으로 나눈 값에 입원 환자 수를 더한 수치로, 병원 진료 기능이 원활히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속초의료원(47.8%)·대구의료원(49.3%)·군산의료원(51.4%)·포항의료원(51.5%)·부산의료원(51.8%)의 지난해 환자 수는 2019년의 절반 안팎이었다.

환자들이 떠난 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상반기 정부가 전국 지방의료원을 감염병원으로 지정하면서였다. 당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67곳 중 55곳이 공공의료기관이었다. 이들 병원은 민간 병원이 수용을 꺼린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키고, 일반 환자에 대한 입원·수술 등을 중단했다.

그 여파가 계속되면서 전국 공공병원의 병상 가동률(자료가 없는 제주의료원 제외·2023년 기준)은 58.6%에 그쳤다. 영월의료원(35.0%)·천안의료원(38.3%)·수원병원(42.0%) 등 13곳은 병상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수술실 평균 가동률 역시 12.0%였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이 주변 민간 병원과 경쟁하면서도 진료 기능을 유지한 건 오랫동안 병원을 이용한 ‘단골 환자’ 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 이런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자 ‘코로나 병원’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기존에 많은 환자를 보던 정형외과·일반 외과 등의 진료가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기간에 많이 축소됐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엔 의-정 갈등 등으로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서 새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진료 감소는 경영난과 현금 고갈로 이어졌다. 지난해 41개 공공병원이 쌓은 의료 손실은 6391억원으로 병원 당 156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회복기였던 2023년에도 전체 병원의 절반 가량은 의료 수익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추세로 적자가 쌓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 공공병원의 보유 현금은 평균 9개월 뒤에 바닥날 것으로 예상됐다.

임준 인하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병원이 적자를 메우려면 중증환자를 많이 봐야 하지만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중증 수술 등을 하기에 시설·장비·인력이 모두 부족하다.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진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병원 수입이 늘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의 공공병원에선 행위가 많이 발생하기도 어렵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코로나19 적자를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에선 공공의료기관의 감염병 진료 등으로 발생한 ‘착한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코로나19 회복기였던 2023년 각 지방의료원과 보건의료노동조합 등은 그해 전국 지방의료원에서 3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부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방의료원의 손실 보상이 아닌 ‘경영 혁신’을 명목으로 예산이 마련됐지만 총액 513억원에 그쳤다. 올해 예산은 2370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손실의 37.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미룬 공공병원 손실 보상과 인프라 투자가 새 정부에서 시급히 해결할 숙제라고 짚는다.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고, 감염병 유행 등 보건의료 위기 때 지역의료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이 무너지면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다. 대선 주자 중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지방의료원 지원을 확대해 공공의료 거점 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형준 위원장은 “공공병원이 수술·응급 진료 등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최소 300병상 규모는 갖춰야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 병원이 이보다 영세하다”며 “공공의료기금 등의 재원을 조성해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민간병원은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나 외래·검사 횟수를 늘려 돈을 벌지만, 공공병원은 이런 낭비적 의료를 공급할 수 없다.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진료 횟수와 무관하게 수가(진료비)를 총액으로 보상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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