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INSIDE] 전세가격 불안에 주거 안정 대책은 내놨는데..취지는 '공감' 실효성은 '글쎄'

김병수 2015. 9. 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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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정부에서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내년 매입·전세임대주택 공급을 현재 4만가구에서 4만5000가구로 늘리고 저소득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집주인이 1가구용 단독·다가구주택을 고쳐 6~7가구 임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리모델링 임대’도 도입하기로 했다. 저소득 독거노인을 위한 ‘고령층 전세임대’도 새로 도입된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 중산층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을 내놓고 “그동안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행복주택, 뉴스테이, 주거급여 등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해왔으나 그 성과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독거노인,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이 미흡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조합 설립 동별 동의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의 현금 기부채납도 허용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주민 동의 요구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압구정과 여의도 아파트 단지와 강남 지역의 재건축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독거 노인·1인 가구 주거 대책이 중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전세난 가중 우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주거 안정 도모라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리모델링 임대 도입과 전세 임대 공급 확대 방안 등은 공급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사업인 만큼 바람직해 보인다. 전세난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도 많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만 해도 충분한 유인책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리에 주택 개량 자금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최소 8년, 최장 20년까지 독거노인이나 대학생 등 저소득 가구에 시세의 50~80%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려는 집주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주택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비사업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정비사업 동의 요건 완화로 그간 주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지지부진했던 압구정과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수혜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현금 납부로 바꿀 수 있게 한 것은 ‘강남 3구’ 재건축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안 그래도 심한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2~3년 후 재건축 이주 수요가 쏟아지면 전월세 가격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번 대책이 당장 급한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장 상황에 맞춰 이런저런 계획을 쏟아내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기존 뉴스테이나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에 치중한 면이 보인다. 현재 중산층 이하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식으로 대책을 나열할 게 아니라 주거 복지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23호 (2015.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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