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전한 다주택자 우대해야

2014. 2. 11.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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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온기를 확산시키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주택관련 규제 과감히 철폐해야"

김흥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이 완만하게나마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전세가 오름세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 리모델링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수차례에 걸쳐 발표됐던 정부의 정책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 입법화된 덕택이다.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면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결은 물론, 간접적으로 내수 확대와 경제 성장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반짝 상승에 그칠까 조심스럽다. 인구의 고령화, 많은 가계부채, 불투명한 경제전망,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의 여건은 본격적인 주택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주택 관련 규제의 철폐와 각종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

아직도 남아 있는 주요 주택 관련 규제로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있다. 이들 규제 역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던 시대의 유산이므로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같은 금융규제도 문제다. DTI는 돈을 빌리는 사람, LTV는 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지만 시장 참여자에 대한 과보호라는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있으나 정작 어려운 사람들이 신용대출과 고금리대출로 내몰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LTV, DTI 등의 대출규제는 금융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매시장의 온기가 전세시장에 긍정적으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임대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비공식 부문에 있는 개인 임대자의 등록을 의무화해 임대차 정보를 확보하고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는 임대물량의 축소,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져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당장은 사회 정의상 어긋난다는 여론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더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임대업을 활성화하면서 공식부문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 유럽에서는 임대사업에 민간을 활용하기 위해 저리의 대출과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다수의 법인과 기금을 임대시장에 뛰어들게 하고 매매시장에 활기를 주기 위해 청약 및 분양 관련 규제도 손봐야 한다. 오래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때, 투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익을 고르게 나누기 위해 1가구1주택 소유를 목표로 하는 정책, 그 대표적인 예로 주택공급규칙이 도입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에 따라 저소득층, 다둥이 가정, 신혼부부 등의 우대조치가 추가됐고 지금은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복잡한 규제 덩어리로 변했다. 시장 현실이 바뀐 지금, 누가 어떻게 누구에게 분양해야 한다는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민간주택에 대한 규제는 점차 철폐돼야 하고 공공주택에 대한 규칙은 지방정부에 이양돼야 할 것이다.

복부인이 활개치고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 해악으로 문제되던 때가 언제인가. 주택 소유가 반드시 권장할 만한 일도 아니고 취향에 따른 선택으로 바뀐 지금,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택 관련 규제를 과감히 떨쳐내고 다주택자는 투기꾼이 아닌, 육성해야 할 건전한 임대사업자로 대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올바른 길을 걸어왔으나 여기에 머물지 말고 더 큰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주택시장 정상화의 성패는 앞으로의 정책적 노력에 달려 있다. 당장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흥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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