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속도내는 강남 재건축.."가격·거래는 잠잠"
서울 강남 '재건축 빅3'로 불리는 잠실주공 5단지, 둔촌주공, 개포주공 아파트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을 설립하고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사업이 한걸음씩 진행되는 모습이다.
3개 단지는 현재 2만3000여 가구에 달하며 재건축 후에는 3만4000여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사업 진행 과정이 많이 남아 불확실성이 잔존한 데다, 오래 이어진 주택 불경기 여파로 시장 분위기는 잠잠한 모습이다.
◆ 사업 속도 내는 강남 재건축 빅3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3일 강남구 대치동 벨라지움컨벤션에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 설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장과 감사 2명, 이사 15명, 대의원 117명을 뽑았다.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주체가 생긴 것.
1978년 지어진 잠실주공5단지는 2000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다가 2010년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그 뒤 주민 동의와 단지 규모를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방향'에 따라 여의도를 제외하고는 한강변에서 가장 높은 50층 건축이 허용되면서 사업 추진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고 50층 15~17개동, 5890가구(현재 3930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잠실주공 5단지 조합측은 연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내년 초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조합원 분담금이 결정되는 관리처분총회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의 또 다른 '대물'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둔촌주공은 총 5900여가구다. 지난달 29일 강동구는 둔촌주공 조합측이 제출한 건축 및 교통심의를 승인했다. 조합은 연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중 사업 시행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조합은 2015년 하반기 공사를 시작, 2018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재건축 이후에는 1만1106가구의 단지로 다시 지어질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난 5월 2종 일반주거지역 중 일부를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하면서 사업성이 개선됐고 그 후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개포주공은 총 5개 단지 총 1만2000가구로 구성됐다. 지난달 17일 3단지는 조건부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29일에는 2단지가 조건부 심의를 통과했다. 3단지는 이르면 내년 중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남 빅3' 외에도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도 추진위원회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동 시영아파트 역시 재건축 계획안이 조건부 통과됐다.
◆ 실거래가는 소폭 상승…거래·문의는 많지 않아
이처럼 재건축 사업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재건축 아파트 값 변동은 여전히 잔잔한 편이다. 서울시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잠실주공 5단지 전용 103.4㎡의 경우 7월 10억2000만~10억3000만원에서 10월 10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 정도 올랐다. 조합 설립이라는 호재에 비해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다.
둔촌주공 1단지 88.4㎡는 4월 7억4000만원에서 10월 7억8000만원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는 10월 들어 0.1% 하락했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 잠실박사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문의 전화는 좀 오지만 실제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며 "7~8월 급매물이 많이 팔려나갈 때 호재들이 미리 반영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둔촌주공 하나공인 관계자는 "거래량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가격은 정부의 8·28 대책 발표 이후 9월에 반짝 오른 뒤 지금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불경기 여파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해 재건축 아파트들이 과거처럼 큰 시세 차익을 누리기 어려워 사업 진행에 속도가 나도 가격과 거래량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정부의 대책에 따라 가격이 단기간에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이 커져 과거와 달리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기능을 잃어가는 상황"이라며 "과거처럼 큰 시세차익을 누리기 힘들어져 자산의 개념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세나 추격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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