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고싶은데..국회 때문에..
주택구입 실수요자국회입법 지켜보며 관망세
1%대 금리 모기지 대출자격자 드물어 효과 미흡 전망
28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온누리공인. 인근 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59㎡형의 전세 시세를 알아보던 세입자에게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를 강력히 추천했다. 올 초까지 1억9000만~2억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2억5000만원까지 뛰어 매매값(2억8000만~2억9000만원)과 별 차이가 없으니 아예 매수하면 어떠냐는 설명이 이어지자 세입자는 솔깃했다.
하지만 이 세입자는 "좀 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며 계약을 미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집값 동향을 좀 더 지켜본 후 전세 재계약을 할지, 매수할지 판단하겠다며 계약을 미루는 세입자가 많다"고 전했다.
8.28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1달이 지난 주택시장에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취득세 인하 등 주택 매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후속 입법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며 전세 계약을 하지 않고 매수 여부를 고민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30일까지 신고된 전세 거래량은 5774건으로 8월(8293건)보다 30% 줄었다. 올해 1~8월 전세 거래량은 월간 기준 8100~1만3000여건이다. 올해 9월 전세 거래량은 2012년(9월 7945건)이나 2011년(9월 8388건)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8.28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에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견본주택에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문을 연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 견본주택에 주말 사흘동안 총 3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 |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셋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전세 계약을 하지 않고 매수를 노리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이 전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주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가을 성수기를 맞아 매매 시세가 상승하고 아파트 분양을 위한 견본주택마다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게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고 매수세가 살아나는 원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가격은 0.05% 상승해 3개월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지방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취득세 인하, 양도세 감면 등 주택 매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 서둘러 처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공인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에게 지금 계약하면 잔금을 낼 때 즈음인 10~11월엔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다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대의 초저금리로 집값을 대출해 주는 공유형 모기지 효과는 미지근한 편이다. 주택 소유 경험이 없고,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가구 등 극히 제한된 조건을 맞추면서 원금과 이자를 낼 수혜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많은 사람이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하지만 막상 자격 조건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며 "10월1일 공유형 대출 모기지 상품을 출시해도 단기간에 5000명의 신청자를 채우진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택시장도 비슷한 반응이다. 성남시 중앙동 힐스테이트 미분양을 팔고 있는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공유형 모기지 대상인 전용면적 85㎡ㆍ6억원 미만 준공후 미분양이 많아 기대감이 컸지만 효과는 약한 것 같다"며 "미분양 매수 문의가 하루 5~6명에서 7~8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공유형 모기지 신청을 위해서인지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8.28 대책 이후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심리가 회복되면서 매매거래 증가와 시장 회복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으나, 관련 법률이 뒷받침돼야 모처럼 살아난 주택시장에 온기가 퍼져 나갈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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