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대폭 줄여 '집값 오르기 전에 사라' 유도

박병률·유희곤 기자 2013. 7. 2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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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

국토교통부가 24일 내놓은 4·1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는 '앞으로 주택공급 확대는 없다'는 신호를 주택시장에 재확인시키며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왔다. 일종의 주택매매 유인책으로 '집값이 오르기 전에 전세로 살기보다는 집을 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택공급 '확대'에서 '축소'로 정책을 전환하며 주택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투기심리를 부추겨 서민 주거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책은 수도권에만 해당한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도권부터 풀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향후 4년간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업승인은 당초 계획보다 34.1%, 청약은 42.9% 줄어든다. 사업승인과 분양을 합쳐 46만7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29만7000가구만 공급된다. 17만가구 공급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고 청약 물량을 후분양으로 돌리는 방식을 통해 민간에서도 1만가구 정도 공급 물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두 18만가구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4·1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공공택지 사업 승인 11만가구·청약물량 5만가구 축소시민단체 "하우스푸어 양산" 건설사 "매매심리 회복"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향후 1~2년 내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청약 물량 축소는 올해와 내년에 몰려 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2만9000가구 분양이 철회된다. 2016년까지 줄이겠다는 5만1000가구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또 올해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후분양으로 돌리기로 했다.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택하면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청약시기가 3~4년 늦춰진다.

주택공급 축소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허가 축소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경기 고양 풍동2지구는 다음달 초까지 지구지정 해제가 추진된다. 2000가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광명시흥지구 축소를 위한 '보금자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발의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2만7000가구의 인허가가 축소된다.

박근혜 정부의 주택공급 축소 정책은 그동안의 주택공급 정책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에 무게를 뒀다. 서민들에게 낮은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공급 축소로 방향을 잡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있는 자를 위한 맞춤식 지원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주택거래 부진 이유가 과도하게 높은 집값에 있는 만큼 집값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위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심어줘봤자 투기심리만 부추겨 결국 하우스푸어만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극도로 침체된 수도권 주택분양 시장을 정상화시키고 위축된 아파트 매매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지아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4·1 부동산 대책의 목적이었던 거래 활성화는 장기적인 공급 축소로는 이루기 힘들다"면서 "주택가격도 공급량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결국은 집값을 올리기 위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분양주택을 전부 임대로 돌리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병률·유희곤 기자 m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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