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 정치 변수보다 '경기 변수'에 좌우될 듯

2012. 3. 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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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올해 선거가 두 번씩이나 있는데, 지금이 바닥 아닐까요?"

총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요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고객들의 상담 문의가 꾸준하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은 국내외 경기 침체와 정책적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선거 특수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실제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가 2003년 1월부터 월별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중간에 반등 없이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경우가 8차례였는데, 그중 가장 긴 기간이다. 이전의 최장 하락 기간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덮친 2008년이었다. 2007년 가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2008년 가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매도 선거 효과 실종

매매 시장을 선반영하는 경매 지표만 놓고 보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예년과 같은 선거 효과를 무색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정치권의 혼란까지 더해져 아예 수도권 주택 시장을 바닥에서 지하실로 끌어 내리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실제 최근 10년간 수도권의 경매 낙찰가율 통계를 보면 낙찰가율이 80% 이하로 떨어진 적이 딱 세 번 있었다. 2004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제도 도입 때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그리고 2010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조치 발표 이후다. 지금은 DTI 규제를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다시 풀어놓은 상태지만 여전히 80%를 밑돌고 있다. 적어도 경매 낙찰가율이 80% 이상으로 올라서기 전에는 수도권 주택 매매 시장이 원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파악된다. 경험상 경매 낙찰가율이 80% 이하로 떨어져 있을 때 매매 시장만 별개로 활기를 띠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이벤트는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대형 호재로 꼽힌다.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등 올해 두 차례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선거 특수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여러 연구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총선과 대선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념과 달리 선거와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큰 관련이 없었고 올해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87년 이후 총선(여섯 차례)과 대선(다섯 차례)이 치러진 해의 전국 땅값은 평균 5.58% 올랐다. 선거가 없던 해 땅값 상승률(5.61%)과 별 차이가 없다. 주택 가격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치러진 해의 평균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3.98%로, 선거가 없던 해(5.38%)보다 오히려 덜 올랐다.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벌어졌던 1992년엔 땅값(-1.26%)과 집값(-4.97%)이 오히려 모두 떨어졌다. 1988년(총선)과 2002년(대선)에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는 선거보다 올림픽·월드컵 등의 영향과 내수 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덕이라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주택 가격 시계열 통계'도 선거 효과를 부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역대 대선이 치러진 해의 집값 변동률은 오히려 다른 때보다 낮았다. 1987년 12월 제13대 대선 당시 전국의 주택 가격은 1년 전인 1986년 12월보다 7.1% 올랐다. 대선 이후인 1988년 13.2%, 1989년 14.6%, 1990년 21.0% 오른 점을 고려하면 1987년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총선 전 규제 완화 없다" 정치권도 한목소리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권 내부의 주장에 대해 국토해양부조차 총선 전에는 관련 대책이 없을 것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각종 부동산 부양책과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국토부조차 이런 상황인 것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얼마 전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녹록지 않아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한 국토부의 입장 표명인 셈이다. 당시 황 원내대표는 DTI 규제 완화와 보금자리주택 정책 재검토를 근본 대책으로 제시했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급증하는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가 워낙 커 DTI 완화와 강남 투기 지역 해제 문제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얼마 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소득수준에 따른 대출 한도를 규정한 DTI를 완화·폐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는데, "DTI 제도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부동산 경기를 해결하려고 DTI를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정치권과 정부도 한목소리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시장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지역 투기 지역 해제와 DTI 완화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기는 아직은 이르다. 정부와 여당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르면 4월 총선이 끝나고 나서 어느 정도의 부동산 규제 완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대표적인 예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대표적 규제 중 하나다. 게다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나타날 부작용도 적어 보이기 때문에 폐지 가능성은 농후하다.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저렴한 값에 마련하도록 한 제도이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명무실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영구 폐지 또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영구 폐지는 지난해 12·7 부동산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2년간 재유예가 아닌 완전 폐지로 선회했지만 아직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지 못한 채 입법 예고 전 상태다.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이르면 총선 이후라도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폭은 미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올해 선거로 통화량은 일부 늘겠지만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에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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