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중대형은 '세입자 모시기'
"지난 봄 이사철도 그랬고 요즘도 전세난이 오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세입자가 없어서 전세금을 1000만원 낮췄어요. 그래도 중개업소에서는 1000만원 더 낮춰 보자고 하네요"
전세난이 중대형 아파트에겐 '남' 이야기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을 전세난이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들은 오히려 '세입자 찾기'에 고심인 모습이다.
31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20·30·40평대 아파트 전세금을 문의하자 중개업소 사장은 곧바로 40평대 전세 매물을 추천했다. 20평대 전세 매물은 없으니 전세금을 조금 더 보태서 넓게 쓰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80㎡(약 24평)대 물건은 없어진지 오래 됐고, 30평대와 40평대가 있는데 20평대와 전세금 차이가 3000만원도 안난다"며 "20평대는 1억8000만원 줘도 못구하는데 30평대랑 40평대는 2억원만 들고 오시면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금을 비교한 결과, 서울 송파·동작·동대문·금천·관악·강북구 등에선 중소형이 중대형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에선 일산과 판교를 제외한 분당·동탄·산본·중동·평촌신도시의 경우 3.3㎡당 중대형 전세금이 중소형보다 50만~110만원 정도 쌌다. 신도시를 제외한 경기지역에서는 안양·오산·파주·용인시도 같은 상황이었다.
소형평형 강세로 80㎡(약 24평)대의 전세금 총액이 150㎡(약 45평)을 뛰어넘은 곳도 있었다.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삼부르네상스'는 20평대 아파트 매물이 귀해지면서 최근 전세금이 1억3000만원까지 상승한 반면, 전세 물건에 따라 30평대 후반에서 40평대 중반의 전세금이 1억2000만원까지 내려 앉았다.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면적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전세금 가격은 역전된 것도 있다"며 "건설사들이 수요 예측도 없이 돈이 더 된다고 중대형을 지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관악산 휴먼시아'와 마포구 '삼성래미안공덕2차'은 각각 76~79㎡의 아파트 전세금 총액과 142~145㎡의 전세금 총액이 3000만~4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3.3㎡당 전세금으로 하면 이들 아파트는 소형이 중대형보다 최소 50~60%까지 비싼 것이다.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소형 선호, 중대형 기피' 현상의 이유로 높은 관리비를 꼽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면적이 넓어질수록 면적당 에너지를 더 사용하게 돼 50평의 관리비는 25평의 2배를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매달 10만원이 훌쩍 넘는 관리비를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중대형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싸더라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중대형에서 전세 살기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는 신(新)평면도 중대형 기피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최근 4베이, 4.5베이와 같은 신(新)평면이 중소형 아파트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 굳이 넓은 곳에 살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인 공간이 확보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중대평형을 가진 집주인들은 아파트 매매값도 대부분 떨어져 속상할텐데, 전세금도 재계약시 깎아줘야 할 판이라 이중고(二重苦)"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핫 뉴스 Best
- ㆍ
'꼬꼬면'대박 이경규로열티 어마어마?
- ㆍ
"월급 160만원 웬말" 신입행원들 뿔났다
- ㆍ
"40평대 전세요? 굳이…" 중대형 아파트는 서럽네
- ㆍ
건설업체도 외면…혁신도시를 어찌하오리까
- ㆍ
자산2조 넘는 대형저축은행 1곳,추가 퇴출 가능성
chosun.com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부실 새마을금고 전국에 131개… 3개월 만에 2배 증가
- 페루로 진격하는 韓 방산… 변수는 초대형 항구 틀어쥔 中
- [단독] 강남 한복판서 분양사기 친 간 큰 시행사… 연예인·은행원도 당했다
- 트럼프 장남과 '호형호제'… 정용진 회장 인맥 화제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설비투자 전략은 ‘D램 자연감산’… 변수는 中 메모리 성장 속도
- [사이언스카페] 바늘 없이 위고비 전달, 오징어 모방한 약물 전달 기술
-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한 민희진…1000억 풋옵션 권리 향방은
- 돈 잘 벌수록 매각 힘들어지는 HMM의 딜레마
- 가계대출·환율 불안에 난감해진 한은…금리인하 셈법은
- [단독] SK, 컨트롤타워 ‘수펙스’·연구소도 조직 슬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