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인사이트] 다주택자, 공공의 적에서 '전·월세 구원자' 되나 [정정내용 있음]
노무현 정부 시절 2주택 이상을 가진 다(多)주택 보유자는 집값 급등의 주범이라며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았다. 당시 정부는 2005년 8월 31일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해 이른바 '부유세'라고 불리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세금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집을 팔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값이 올라 불로소득했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집값은 이듬해인 2006년에만 전국 평균 11.6%(국민은행 조사)나 올랐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부동산학과)는 "역사적으로 세금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대책은 부작용만 낳았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징벌적 조치와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 거의 다 풀려
이명박 정부는 다주택자 정책과 관련해 이전과는 꽤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를 옭아맸던 세금정책을 대부분 풀어버린 것. 주택의 취득·보유·양도 과정에서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완화했다. 취득세의 경우 다주택자에게 50%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보유 과정에서 내는 종합부동산세는 부과 대상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으로 높이면서 부부 합산 과세를 개인별 과세로 전환해 대상자가 대폭 줄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게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다. 정부는 2009년 3월 다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201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을 대거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작년 8월에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2012년 말까지 다시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치솟는 전·월세시장 구원투수 될까?
정부는 마지막 남은 다주택자 규제인 양도세 중과를 아예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일반 세율(9~36%)을 똑같이 적용하는 방안이다.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을 세금계산에서 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양도차익의 최대 30%)도 부활시킬 방침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다주택자에게만 세금을 중과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왜곡된 제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예컨대 9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10년간 보유했다가 10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는 지금의 절반(2114만원→1207만원)으로 줄어든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양도차익이 많고 주택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금 감면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최근 수요가 늘어난 소형 주택 임대 공급 확대에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기 집 외에 한두 채 더 사서 장기간 전·월세를 놓으면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나중에 집값이 오른 뒤 팔더라도 양도세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도세 부담이 사라지면 미분양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 주택의 경우 임대수요가 많지 않아 투자자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현재 전국의 다주택자는 80만~90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임대시장에 풀리면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확대, 구입능력 확충도 필요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만으로는 임대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2차, 3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도세 완화는 1주택 이상 소유자가 집을 한두 채 더 살 수 있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집값 하락 기대감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장래 차익이 있어야 가능한 양도세의 완화만으로 투자 심리를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도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분양 위주의 보금자리주택을 늘리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급감해 전세난을 부추겼다. 2007년 14만여 가구에서 지난해 7만여 가구 수준으로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으려면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로 눌러앉는 수요자가 더 늘어나 임대시장에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면서 "보금자리주택을 임대 위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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