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택팀장 8인 '위기의 건설업' 솔직토크

2010. 7.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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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무기 연기하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한 사무실에 최소 5~10년 이상 주택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온 주택사업 담당 팀장들이 모였다. 모임은 주택업계 애환을 토로하는 자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부동산 위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오가는 난상토론장으로 변했다. 전국을 돌며 사업성을 분석하고 아파트를 짓는 현업 실무자들은 "이대로 2년이 지나면 시공 순위 10위권 밖 건설사들은 모두 쓰러진다"고 경고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펴 달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돈이 돌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외환위기 때보다도 갑갑"

▶홍록희 대림산업 주택사업팀 부장=외환위기 때는 사정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손해를 안 보려고 해약을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건설사를 막론하고 "계약금을 10% 떼이더라도 해약하겠다"고 애원하는 계약자가 많다.

▶박철광 한화건설 주택영업본부 차장=외환위기는 순간적인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막막한 시기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어떤 대책이든 나오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위기가 길어질 것 같다.

▶최관해 금호건설 사업관리TFT 부장=대형 건설사는 사업을 안 하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거래가 없고 개발사업 돈줄이 끊기면 10위권 이하 건설사들은 2년을 넘기기 힘들다.

◆ 쪼그라든 주택사업 자부심

▶홍 부장=요즘엔 주택 담당이 보통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건설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30%로 뚝 떨어졌다. 주택개발 인력도 절반으로 줄었다. 다른 건설사는 총 41명에서 1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서상배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차장=회사에선 역적이 된 기분이다. 집값이 올라서 건설사가 득보는 건 없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져 미분양되고 입주가 안 되면 시행사 책임까지 떠안는 게 시공사다. 악의적인 평가는 없었으면 좋겠다.

▶박 차장=분양가 올렸다는 책임을 건설사에 돌리지만 사실 건설사가 올린 부분은 적다. 학교용지부담금 개발부담금 등 원가를 올리는 준조세가 너무 많다. 사업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로 공사까지 맡아야 할 정도로 과도한 기여를 요구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인허가가 2~3년 늦어지면 금융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를 올리는 것이다.

▶홍 부장=건설사들이 시행사를 끼고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은 반성할 만한 부분이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면 시행사가 사업주가 되다 보니 시공사 재무구조에 부담을 덜 주면서 쉽게 수주할 수 있었다. 경쟁적으로 수주해 주택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했다.

▶김상민 롯데건설 개발사업팀 부장=주택사업부에서 15~20명이 자체 개발 사업만으로 수주를 늘리기는 정말 어렵다. 외환위기 때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구조조정을 시키다 보니 재무구조에 안 잡히는 시행사 PF를 선호했다.

◆ 인위적 대책보다 시장에 맡겨야

▶홍 부장=요즘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를 너무 악역으로 몰아간다.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투자수익이 보전돼야 거래가 꼬리를 무는 시장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나 취득ㆍ등록세 감면 등 다주택자를 끌어들이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정봉문 전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부장=1가구 1주택자에게는 양도세를 폐지해도 되지 않겠나. 양도세를 폐지하면 세수가 줄어든다지만 지금처럼 거래가 없으면 세수가 아예 없다는 점도 정부가 고려했으면 좋겠다.

◆ 지금 집 살 때…용인 원가 수준

▶서 차장=주택 구입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용인 등은 지금 가격이 거의 원가 수준이다.

3.3㎡당 1700만원에 분양한 아파트가 지금 대출액(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빚만 남은 것이다. 판매가격이 원가보다 낮으면 공급이 안 되는데 공급 부족을 정부가 방치하겠느냐. 이제는 뭔가 나올 때가 됐다.

[김선걸 기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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