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부동산 대책, 대증요법은 삼가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꽉 막힌 부동산 거래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대책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오는 2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방안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완화 여부라고 할 수 있다. DTI는 주택자금을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심사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규제 수단이다. 업계에서는 주택 거래를 되살리려면 40∼60%로 돼 있는 DTI를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 안에서는 그동안 DTI와 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했었다. DTI 등을 통한 규제가 느슨해지면 그러잖아도 위태로운 가계부채 문제를 자칫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이런 입장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더니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DTI 상향조정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집권여당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거래가 위축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하반기에도 침체 분위기가 이어져 전국 집값은 2∼3%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매입 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 신고는 3만454건이었는데 이는 세계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2만8천741건)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또 지난 5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는 1만건도 채 안 됐다. 수도권의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1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집을 팔아 대출금도 갚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내려간 `깡통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도 넘쳐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사를 하려고 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발이 묶인 가정이 4만 가구를 웃돈다고 하니 서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정부가 지난 4ㆍ23대책에 이어 추가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주택시장의 이런 난맥상을 타개하려는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내버려뒀다가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욱 장기화하고, 그렇게 되면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춰온 현 정부의 주택정책에도 큰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DTI 상향조정 외에 전국적으로 1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선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는 방안 등도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집값 안정화에 역행한다는 일각의 비판여론에도 과연 DTI를 상향조정할지, 또 조정폭은 어느 정도가 될지가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DTI 상향조정이 부동산 대책의 핵심을 이뤄야 한다는 견해가 많지만,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섣불리 부양책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거래를 인위적으로 부추기려 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DTI를 높이면 가계부채 관리에 구멍이 생겨 결국 `시한폭탄'을 떠안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해 DTI 등의 기준을 강화했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많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시장의 상황에 비춰 신축적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현 부동산 시장의 형편을 고려할 때 그렇다. 지금처럼 주택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인 서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주택시장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이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우리 경제의 기조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3개월 만에 추가로 내놓을 부동산 대책이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화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위축된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하되, 투기성향을 부추기는 쪽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은 제발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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