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하반기 경영전략 고친다..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능동 대처

2010. 6. 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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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남유럽 경제위기 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 한화 롯데 웅진그룹은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세종시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투자계획을 재점검하고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수원사업장에서 '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고 6일 밝혔다. 본사 최고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400여명이 모여 하반기 경영계획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매년 7월 말에 열리던 것이 올해는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이번 회의에선 세종시 투자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결과로 투자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세종시에 165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2조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었다. 특히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첨단 의료기기 등 그룹의 신수종(新樹種) 사업부문 생산기지를 세종시 한 곳에 입주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계획이었다. 기업의 의사결정 가운데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신사업 분야는 더더욱 투자 시기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관련 법안을 폐기하거나 처리하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대체부지 확보와 같은 대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LED 조명의 경우) 정부가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법적인 문제가 끝나면 내년 초부터 공장을 짓고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원형지인 땅을 깎고 건물을 지으려면 굉장히 빠듯하다"며 "시기를 놓치면 안 되니까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과 함께 세종시 투자계획을 밝혔던 한화, 웅진, 롯데그룹도 비슷한 처지다.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 사장은 지난달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세종시에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종합연구소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남영선 ㈜한화 대표도 "국방미래기술연구소는 올해 중으로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겉으로는 정치권의 결정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리스크이며 비용손실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세종시 수정안 백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 LG 등 다른 그룹도 수뇌부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같은 경영 불안요인들에 대응 전략을 세우는 자리다.

LG그룹은 8일부터 3주간 구본무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각 사업본부장을 만나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을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선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총합공조, 차세대 전지, U헬스, 스마트그리드 등 차세대 성장동력 6개 분야에 관한 계열사별 사업전략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전체 해외 법인장 회의와 본부별 판매 및 품질점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상반기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선 당초 540만대로 잡았던 연간 판매목표가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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