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 미분양 해소 대책] 기존 집 안팔려 입주 못할 땐 DTI초과 허용
지방미분양 매수후 여유 있으면 수도권 확대건설업체 "분양가 50%에 팔라니…" 시큰둥
정부가 '4ㆍ23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만을 내세워 방치할 경우, 중소 건설사 연쇄 부도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반시장적 대책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미분양, 어떻게 줄이나
이번 대책에 투입되는 재원은 모두 5조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회사채 보증(1조원) 및 입주예정자에 대한 융자(1조원) 등 우회 지원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 대한주택보증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관이 총동원됐다.
대책의 핵심은 대한주택보증이 나서는 3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 매입.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4만호의 미분양을 해소하는 게 목표인데, 환매조건부 매입으로 2만호 가량을 흡수할 계획이다. 아파트 공사가 50% 이상 진전된 물량이 대상인데, 지방 물량을 먼저 매수하고 여유가 있으면 수도권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리츠ㆍ펀드 활성화(1조원)로 5,000호, 회사채 유동화(1조원)로 5,000호, 세제 지원과 업계 자구 노력으로 1만호의 미분양을 각각 줄일 계획이다.
총부채 상환비율(DTI) 규제에 예외를 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정부는 DTI 제약으로 주택 구매가 어려운 점을 감안, 담보대출인정비율(LTV) 한도 내에서 DTI를 초과하더라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7,000만원인 사람이 6억원 주택에 대해 10년만기ㆍ금리 6%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신청할 경우, 현재는 2억 1,800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으나 앞으로는 LTV 한도인 3억원까지 대출 받게 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사나 분가, 신규 입주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7만~8만호 정도가 시장이 감내하는 적정 미분양 물량"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시장 불안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
전문가들은 환매조건부 매입 확대가 지방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양도세 감면 대책이 나온 상태에서 이번 대책까지 나와 지방 미분양 문제는 크게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후순위로 밀린 수도권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DTI 한도 초과 대출을 허용한 것은 미분양 해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집값이 떨어질 경우 추가 부실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또다시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는 원론적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정부가 세금을 들여 민간 재고를 떠맡은 것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만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시큰둥
가장 큰 수혜자이면서도 건설업계는 "준공 전 매입가격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주택보증이 환매조건부 매입 규모(3조원ㆍ2만가구)를 당초보다 6배나 늘린 것은 반갑지만, 분양가의 50% 이하에서 매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ㆍ중소업체 위주로 지원한하는 방침은 옳다"면서도 "분양가의 50% 이하에 물량을 내놓을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단지나 동 단위로 통째로 매각하는 속칭 '통매각'의 경우에도 할인율이 30%를 넘지 않는 상황인데, 50% 이하의 출혈 매각은 시장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도 "당장 부도가 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린 업체만 '반값 매각'에 응할 것"이라며 "일반 업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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