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춤추는 정부 부동산 정책, 이번엔 어떤 카드를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가장 고심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거나 반대로 너무 떨어져도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주택 수량에 있어서도 남아돌아도 문제고 부족해도 문제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 그 사이에 위치한 중개자들은 주택의 가격과 수량, 거래량의 증감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지만 그마저도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각 정권의 시각에 따라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조였다 풀었다 해 왔다.
◇규제 완화 및 시장 활성화 정책 쏟아져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은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 및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이 '묶기' 위주였다면 MB정부는 '풀기'에 집중키로 한 것이다.
실제로 MB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은 규제완화의 연속이었다. 다만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와 부자정권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일거에 판을 뒤엎는 변화는 꾀하지 않았다.
MB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살펴보면 정부는 2008년 6·11대책을 통해 1년간 지방 미분양주택에 한해 취·등록세를 50% 감면해 주고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이어 8·21 대책에서는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신도시 개발 사업을 추가로 추진키로 하고 재건축 후분양 폐지 및 조합원 지위양도 허용, 안전진단 심의 기준 간소화 등의 재건축 완화 정책도 발표했다.
이로부터 한 달도 안 되어 발표된 9·19대책에서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10년간 수도권 300만 가구를 포함 전국적으로 500만 가구를 공급해 장기적으로 주택수급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건설계획도 이 대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10·21 대책을 통해 토지공사가 주택업체의 보유토지를 최대 3조 원까지 사들이고 대한주택보증이 2조 원까지 지방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11·3경제위기종합 대책에서는 재건축 사업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300%까지 허용해주고 임대주택 비율은 폐지키로 했다. 또 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만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유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전부 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2010년까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취득한 경우에 매각 시 일반세율을 적용해 주고 1세대 1주택자가 근무나 취학, 질병치료 등 실수요 목적으로 지방의 1주택을 취득한 경우는 계속 1가구1주택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규제 완화와 가격 안정 '줄타기'2009년 들어서도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은 이어졌다. 정부는 2009년 2월12일 미분양 해소책으로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를 내놓는다.
이는 앞으로 1년 안에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미분양주택 취득 시에는 5년간 양도세 전액을, 과밀억제권역 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미분양주택 취득 시 5년간 양도세의 60%를 감면해 주는 조치다.
일련의 정부 정책 때문인지 집값도 2분기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1.0%의 하락세를 보인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분기 들어 ▲4월 0.1% ▲5월 0.1% ▲6월 0.2% ▲7월 0.3% ▲8월 0.3%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계속적인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때문에 주택 공급은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08년 수도권에서 19만8000가구로 전년대비 34.6% 감소한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09년 들어서도 7월까지 전년대비 22.3% 감소한 6만1000가구에 그쳤다.
정부는 이 같은 공급부족이 누적될 경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수급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8·27대책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당초 수도권 그린벨트에서의 개발계획이 앞당겨져 2012년까지 12만 가구로 예정됐던 물량이 32만 가구로 대폭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정부는 금융규제를 다시 강화시켰다. 7월 수도권 전 지역의 LTV(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를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 지역의 은행권 아파트 담보대출로 강화한 것이다.
이어 10월8일에는 강화된 DTI규제를 다시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규제 강화 카드를 연이어 내밀었다.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주택 매수세도 급격히 위축됐다.
◇민간공급 여전히 위축집값 상승세는 정부 의도대로 사그라졌지만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 위축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DTI·LTV 등 금융규제 강화로 주택 구매력이 꺾이고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보금자리주택에 수요자들의 관심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11일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를 앞두고 2009년 말부터 이어진 밀어내기 분양이 끝나면서 민간부문의 공급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추세를 보이던 미분양도 작년 연말에는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1월말 기준 미분양은 11만9039가구로 전월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분양취소와 리츠 및 펀드를 통한 미분양 매입의 영향 때문이다. '밀어내기 분양'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월말 통계부터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자금압박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정부는 양도세 한시감면 및 미분양 아파트의 취·등록세 감면혜택 연장이란 카드를 빼어들었다.
미분양이 아닌 신규 주택은 양도세 감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수도권이 모두 제외돼 아직까지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남은 카드는?주택공급과 집값을 조절할 수 있는 남은 규제완화 수단은 크게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DTI·LTV 배제 등으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현재 경제자유구역내 주택과 관광특구내 초고층빌딩에 한해 제한적으로 폐지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민간주택 전체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여전히 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
DTI·LTV 등 금융규제도 단기간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값이 급격히 주저앉는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서둘러 금융규제 완화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나 수도권 미분양 및 신규분양으로 양도세 감면 연장 조치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phites@newsis.com※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71호(4월12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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