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어도 중소형 값 뛰어 '내집마련' 한숨

2010. 2.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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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주택공급

수도권 중대형 3년새 9% 하락 불구

전용 85㎡이하 중소형은 13% 올라

이명박 정부가 출범 당시 내걸었던 주택정책의 목표는 '공급 확대'와 '서민 내집마련 확충'으로 요약된다. 민간과 공공 분야 양쪽에서 더 많은 집을 지어, 서민들이 좀더 쉽게 내집을 장만하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전 참여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책 수단을 채택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두 축으로 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참여정부가 투기 억제와 보유세 강화, 거래시장 투명화 등으로 공급 외에 분배 기능의 정상화를 중시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 공급 확 늘린다더니 목표 미달 정부는 2008년 9월19일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이라는 주택정책 청사진을 내놓았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50만가구(수도권 3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하며, 서민을 위한 수요자 맞춤형 보금자리주택을 연간 15만가구씩 총 150만가구를 짓겠다는 게 뼈대였다. 특히 참여정부가 치중했던 새도시 위주 공급에서 벗어나 수요가 많은 기존 도심지역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현재 정부의 공급위주 주택정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선 총량적으로 목표 달성에 2년 연속 실패했다. 국토해양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은 전국적으로 38만1787가구(인허가 기준)로 2008년(37만1285가구)보다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목표치 50만가구를 밑돌았다. 수도권만 보면, 25만5158가구로 목표치 30만가구에 4만여가구 모자란다. 지난 2년간의 전국 공급실적을 합치면 목표 대비 달성률은 75.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08년 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주택건설 목표를 43만가구로 조정했던 만큼 주택공급 실적이 썩 나쁘지는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 설명대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택공급 총량이 계획보다 줄어든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민간분야 공급 감소를 막기에는 정부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년간 세금을 줄여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주면서까지 민간시장 활성화를 추진한 데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은 데 반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정보대학원 교수(부동산학)는 "미분양 주택 매입, 양도세 한시 감면 등 '대증요법'식 부양책은 민간업계의 공급 기반을 확충했다기보다 정부 부양책에 대한 공급자와 시장의 의존도만 심화시킨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달 1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신규 분양주택 계약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제도는 후유증을 낳은 대표적인 사례다. 양도세 감면은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겨 일부 인기지역의 청약 과열 현상을 촉발했지만 동시에 감면 시한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밀어내기식' 분양물량이 쏟아지도록 해 파주, 김포, 인천 영종도 등의 대량 미분양 사태를 불러왔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12만3297가구로, 금융위기 당시의 1.2배에 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건설업계는 양도세 감면 시한을 재연장하지 않으면 주택업계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 미분양 늘어도 분양가는 더 높아져 미분양 물량이 많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분양값은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 2년간 중대형은 분양값이 소폭 떨어진 데 반해 서민층에게 필요한 전용 85㎡ 이하 중소형 분양값은 꾸준히 상승해, 가계소득이 거의 늘지 않은 무주택 가구의 내집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조사를 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분양값은 12.9%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9.0% 하락했다. 중소형의 경우 2007년 3.3㎡당 1088만원에서 이듬해 1188만원,지난해에는 1229만원으로 해마다 올랐다. 서울지역만 보면, 강남3구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곳의 중소형 분양가가 최근 3.3㎡당 18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에서 방 2칸짜리 전용 60㎡형(옛 25평형)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는 데 4억원이 든다는 것으로, 연소득 4000만원의 가구주가 소득 전부를 10년간 꼬박 저축해야 겨우 집 한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참여정부 말기에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그동안 유지한 것이 그나마 중대형 분양가 상승을 억제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상한제가 존속된 것은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폐지를 추진했음에도 야당의 반대와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미뤄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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