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꿈틀' 부동산 바닥쳤을까?
[CBS경제부 양승진 기자]
연초부터 우리나라 집값 상승 진원지 강남이 심상치 않다. 2007년 이후 급격한 가격 하락세를 보여온 강남권 일대 아파트단지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송파구 잠실은 제2롯데월드 건설이라는 대형 호재에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 잠실 5단지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7억 8천만원이던 것이 10억까지 호가가 올랐다.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구 개포동 일대 또한 규제 완화 기대로 매도 호가가 최고 2억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허용' 방침을 밝표하자 여의도 지역 아파트 가격의 호가도 수천만원씩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시범아파트 79제곱미터형은 발표 전 6억2,000만~3,000만원이던 물건이 6억4,000만~5,000만원으로 올랐다. 수정아파트도 급매물 가격이 정상화하고 매물이 회수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값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통계로 볼 때 통산 설 연휴를 지나면 집값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설 연휴의 집값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 과열 우려...일시적 반등 지적도
그러나 최근 호가 급등이 추세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동산을 포함해 실물경기 침체를 가져온 세계 경제 불안이 언제 해소될지 불투명한 데다 강남 3개구 투기지역 해제 직전까지 갔던 정부의 규제 완화 바람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매수 부담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실질구매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도 시장을 살아나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강남 지역 아파트들이 가격이 바닥권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호가 급등이 부동산 시장의 추세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본격적으로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뱅크의 신경희 리서치팀장도 "강남 아파트의 경우 이달 들어 거래량이 늘었을 뿐 시세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설 연휴 이후에도 경기침체와 맞물려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호가가 오른 강남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수 문의가 다시 뜸해졌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올해 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주택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1일 주택산업연구원이 건설업체 47개사와 부동산 중개업체 9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전국 주택가격의 5~10% 하락을 예상하는 업체의 비율이 22.8%로 가장 높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전반적인 대세 하락기다. 버블세븐지역의 하락이 초기에 나타났었고 이런 하락이 점진적으로 강북지역, 강서 쪽으로 하락 추세가 확산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올 하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주택 시장의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도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주택 대기수요도 있다"며 "입지여건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는 꾸준히 수요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외면받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jin72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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