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때 가쁜 숨 쉬다가 '컥'…심장병 키우는 '임종호흡'

정심교 기자 2025. 2.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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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사람은 삶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우리 몸은 낮에 소모되고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잠잘 때 회복한다.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하는 것도 잘 때다. 숙면이 그만큼 중요한데, 호흡이 자주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뜨려 아무리 자도 피곤한 상태에 빠지게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83만5223명, 이 가운데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5만3802명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과연 수면무호흡증은 누구에게, 왜 생길까.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 쉬지 않는 상태로, 당뇨병·고혈압·대사증후군 환자의 50% 이상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고혈압제를 3가지 이상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경우, 83%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고 보고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만성피로, 기억력·집중력 감퇴, 두통, 불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유발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악화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와 다르다. 코골이는 상기도(기도 위쪽 부분)가 좁아진 데 대한 저항으로 발생하지만, 숨은 쉰다. 이와 달리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어 호흡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가 각성 상태에 들어간다. 이는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등 다양한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인지장애·우울증·치매 등 정신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가 필수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나진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리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밤에 심장이 충분히 쉬지 못하게 한다"며 "이 때문에 고혈압·심부전 같은 치명적인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은 모든 사망률을 약 4배 높이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5배 더 높다. 심장질환은 심부전으로 이행할 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충분히 순환시킬 수 없는 상태로, 그로 인한 사망률은 일부 암보다도 높다. 심부전 환자는 수면 중 과도하게 숨을 쉬다 갑자기 숨을 멈추는 현상이 반복되는데, 이러한 중추성 수면무호흡과 과호흡이 반복되는 '체인-스톡 호흡'은 사망 직전에 나타날 수 있어 '임종호흡'이라고도 불린다.

맥박 수,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잘 때 착용한 채 자면 수면의 질을 어느 정도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거울을 통해 입속을 들여다봤을 때 혀가 목젖·숨길을 막고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혀가 두꺼워져 수면 중 상기도를 막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수면무호흡증인지 아닌지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 검사에선 무호흡-저호흡지수(AHI)를 측정한다. 수면 중 무호흡과 저호흡이 1시간에 몇 번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로, 1시간에 5회 미만이면 정상, 5~15회는 경도, 15~30회는 중증도, 30회 이상은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AHI 지수가 30인 환자는 1시간에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30번 발생한다는 뜻이다. 즉, 2분에 한 번씩 숨을 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양압기 착용'이다. 양압기는 얼굴에 착용해 수면 중 기도에 공기를 계속 공급하는 장치다. 양압기 사용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구강 내 장치를 통해 아래턱이나 혀를 앞으로 당겨 상기도가 막히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살을 빼면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도움 될 수 있으며, 해부학적으로 상기도가 좁은 사람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만하다.

잠을 잘 자려면 낮에 햇빛을 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적당한 운동이 중요하다. 나진오 교수는 "자기 전 과식을 피하고 체중을 관리하면서 수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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