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은 치마·반바지 입지 마" 군기 잡고..20대 젊은 꼰대들
대학 후배에게 외모비하 발언까지
권위주의 서열이 만든 꼰대 문화
대학·회사 내서 소외 안 당하려
젊은이들이 그대로 이어받아
“OOO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17학번으로 입학하는 신입생입니다.”
“지금 선배 이름 부른 거야?”
“죄송합니다. 선배님 ㅠㅠ”
연세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OO학과 선배들은 졸업생 반지를 사야 한다며 1~3학년 재학생에게 1인당 13만원씩 내도록 강요했고, 1학년에게는 염색·치마·반바지 금지 등의 지침을 내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학교 학생 이모(21)씨는 “여러 학과에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다양한 꼰대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젊은 꼰대’ 논란이 일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일반화해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어른들을 비꼬는 말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위주의적 서열 문화, 군대를 연상케 하는 상명하복 강요 문화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깔려 있는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흔히 노소(老少) 갈등 문제와 연결되지만 최근에는 나이와 무관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행태를 지적하는 데 사용된다.
젊은 꼰대라는 뜻의 ‘젊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젊은 꼰대들은 ‘군기’를 강요하거나 회사 생활을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리는 이를 일컫는다. 가부장적인 질서에 익숙해져 은연중에 여성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해당된다.
“그 연차 땐 일 많이 해야” 잡무 떠넘기고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직장 내에서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오래전부터 지켜온 서열 문화, 소위 꼰대 문화를 젊은 세대가 별다른 대안 없이 자연스럽게 답습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기존의 ‘꼰대 문화’가 만연한 경쟁 사회에서 청년들이 소외당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연스럽게 ‘젊꼰’의 삶을 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한국 사회를 강, 사람을 물고기에 비유한다면 결국 강이 바뀌지 않는 한 물고기는 그 환경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JTBC가 최근 만든 온라인 의견 수렴 공간인 ‘시민마이크(http://peoplemic.joins.com)’에는 일반적 ‘꼰대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건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아이디 ‘Eun Jeong Rae Kim’은 시민마이크(http://peoplemic.joins.com)에 “상명하복식의 구시대적인, 효율성 없이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트위터 아이디 ‘Se Jin Park’은 “경직된 질서를 유지하기보다 수평적이고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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