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을 걷다 보면, 또 다른 볼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동쪽 강변 언덕에 태화루가 있다. 한밤에 태화루 주변으로 조명이 들어온다. 이 누각이 한때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등과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누각들 중에 하나로 꼽혔다.
이 누각은 643년 자장대사가 태화사를 지을 때 함께 건립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태화루는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2014년에 복원한 것이다. 한낮에 누각 위에 오르면, 태화강과 국가정원 강변을 푸른 빛으로 뒤덮고 있는 거대한 대숲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왕버들마당에서는 거대한 왕버들이 조명 빛을 받아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십리대밭교에도 불이 들어온다. 국가정원을 떠나 강변 산책로를 따라서 계속 걷다 보면,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거리에 울산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아름답다.
▲ 태화강 국가정원, 왕버들마당 야경.
ⓒ 성낙선
▲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밭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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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교 다리 위, 고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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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
태화강 건너편에는 '태화강 동굴피아'가 있다. 이곳에 가려면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십리대밭교나 은하수다리를 건너면 된다. 태화강 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비축했던 동굴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일본군은 이곳에 '군량미와 항공유 용도의 소나무 기름(송유)' 등을 보관했다. 해방 후 마을 주민들이 동굴을 찾았을 때, 동굴 안에 쌀과 콩 등의 곡식이 가득했는데 그 중 절반이 썩어 있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걸 보고 일제강점기 내내 굶주림에 시달렸던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 태화강 동굴피아 동굴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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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동굴피아 동굴 내부, 송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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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동굴피아 4동굴 내부. 수족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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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그후 1960년대부터 약 20년 동안은 막걸리와 소주 등을 파는 주막으로 이용됐다. 동굴 속 주막이 꽤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나이든 울산 시민들은 지금도 그때를 기억한다.
동굴피아에는 모두 4개의 동굴이 있다. 1번에서 3번 동굴까지는 하나로 연결돼 있고, 4번 동굴은 따로 떨어져 있다. 동굴의 총 길이는 140m다. 동굴 안에서 곤충체험전시관 등의 시설과 여러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동굴피아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달리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원래 '태화강 대공원'으로 불렸다. 대공원으로 불릴 당시인 2013년에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12선'에 지정됐고, 2017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그러다 2019년에 국내 2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시는 앞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새로 단장'해,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2028년 개최지가 결정된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에 국가정원이 들어서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다. 울산 시민들이 이곳에서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