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가진 신생아 살해한 부부…판사는 ‘장애인 차별’ 풍토 꼬집었다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2025. 4.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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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서 장애 가진 자녀 살해…친모 ‘실형’·친부 ‘집행유예’
재판부 “사회에 장애인 차별 만연…자녀의 장애에 절망했을 것”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24일 청주지방법원 형사2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신생아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여성 A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A씨가 작년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고 청주지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장애를 갖고 태어난 신생아 자녀를 산후조리원에서 살해한 친모 및 친부가 각각 실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2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여성 A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범으로서 불구속 기소된 A씨의 남편 B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A씨 부부는 작년 10월10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태어난지 일주일차인 자녀를 침대에 엎어두는 수법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들 부부는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했으나 경찰은 타살 가능성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아이를 엎어놓지 않았다'는 부부의 주장과 달리 한쪽 팔에 장애를 가진 피해 영아가 혼자 자세를 바꾸긴 어려워 보여서다. 결국 수사당국은 부부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고의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게 "자식은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라면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망각하고 피해 아동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탄했다.

다만 재판부는 장애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범행 동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 진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이 살면서 겪을 어려움과, 장애 아동을 양육해야 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있고, 장애인들의 생활을 지지할만한 사회·경제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피고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특히 A씨는 장애인인 부모 아래 살면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직접 경험했다"면서 "(그런 A씨는) 피해 아동이 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재판부의 선고에 A씨는 이날 재판 내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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