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바타' 한덕수의 어리석음 [안호덕의 암중모색]
[안호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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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2024년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이날 한덕수 총리는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우리가 물려받은 경제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서 적자는 전 세계가 경고하는 수준"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상황을 그래도 정상화한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날의 희망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한 총리의 발언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궤변이었는지 날마다 체감하는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12.3 내란 사태부터 쭉 이어진 불안이었고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지금도 여전한 걱정거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막중한 대통령의 권한을 신중히 행사해야 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안에 대한 무차별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이 있었음에도 보란 듯 외신 인터뷰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며 권력욕을 드러냈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며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던 한 총리다. 법을 존중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 정치를 위해 법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형태는 탄핵된 대통령의 폭정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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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 성장률이 역대 처음으로 4분기에 걸쳐 0.1%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통계가 존재하는 1960년 이후 우리나라 분기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저출생·고령화와 혁신 부족에 따른 생산성·효율성 저하 등으로 경제적 '실력'인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거리 한 가게에서 폐점 세일을 안내하는 모습. |
ⓒ 연합뉴스 |
오늘도 빈손으로 마무리한다는 자영업자의 말은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때는 거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바닥 아래 지하가 있음을 알았고, 12.3 내란은 자영업자들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기로 다가왔다.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니 이제 좀 나아질 거라는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고 근거 없는 낙관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줄기차게 이어진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 정책, 국가의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인다고 했지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받은 건 국민들이었고 내수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좌충우돌하는 외교는 무역적자를 최대로 키웠다. 그런 경제 정책이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어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래야 나아질 수 없는 구조다.
정부가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만 해도 그렇다. 지난 19일 정부는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침체된 내수 경기와 재난 지원을 위해 3년 만에 내놓은 추경안이다. 그러나 곧바로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규모나 시기, 내용 모두가 부족하다는 성토가 나왔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다.
12.2조 추경안 뜯어보면 이런 지적과 비난이 그리 과하지 않다. 전 국민에게 민생 지원금을 지원해서라도 내수의 마중물을 만들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포퓰리즘이라고 했던 정부와 여당의 고집이 추경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추경안 중 4.3조 원을 민생 회복에 투입하겠다는데 그 정도로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는 건 생색내기일 뿐이다. 그러나 떠밀리듯 내놓은 추경안보다 더 큰 문제는 내수경기와 서민경제 위기에 대한 안이함에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나 최상목 경제팀 어디에서도 자영업자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세계 경제를 암흑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고 결정권자의 부재와 내수 경제의 위기 속에서 관세 협상까지 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절박하다. 그러나 마냥 서둘러서 좋을 건 없다. 빠른 협상보다 바른 협상, 국익을 우선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한덕수 권한대행은 준비 안 된 협상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한 대행은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에) 맞대응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산업 역량, 금융 발전, 문화, 성장, 부는 미국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해 다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주한미군 방위비 협정을 다시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발언은 믿기 어려운 저자세이고 협상을 앞두고 패를 다 보이는 어리석음이다.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비판은 3년의 총리 임기 동안 수없이 증명된 사실이다. 정치 노욕으로 관세 협상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면 나라 팔아먹었다는 비난도 그리 틀린 소리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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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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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된 대통령을 대신한 권한대행이 그 자리에서 헤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 안목으로 내란 일으킨 대통령 탓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나서겠다는 건 노욕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헌법의 조직 체계상 권한대행이라는 자리에 있지만, 내란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임기 3년은 최악이었다. 가계도, 시장도, 기업도, 국가 살림도 엉망이다. 공정, 헌법의 권위, 국가기관의 중립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가 신인도와 국격의 추락도 위험 수위다. 12.3 내란과 내란으로 봉인 해제된 극우의 광기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두되었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는 정치도 경제도 변한 게 없다. 모든 게 그대로다.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든데 내란 대통령을 만들고 복무해 온 정당과 정치인은 대선이 마치 자신들의 잔칫상인 것처럼 앞다투어 적임자를 자인하고 있다. 권한대행 자리조차 벅차 보이는 한덕수 총리마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니 염치조차 모른다.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며 내란으로 탄핵된 대통령을 복귀시킬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재출마나 중임은 우리 헌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그들만의 희망일 뿐이다. 정작 경계해야 할 건 따로 있다.
'윤 어게인'은 윤석열의 복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란을 두둔하고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수행했던 세력의 정권 장악은 또 다른 '윤 어게인'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권 욕심이 '윤 어게인'으로 귀결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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