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145억’…“클럽하우스 새로 짓고 싶다”는 이정효의 꿈 응원합니다

김세훈 기자 2025. 4. 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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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알 힐랄과 8강 단판승부…시장가치 21배, 몸값 30배 차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
공은 둥글고, 축구는 팀스포츠…지금껏 보여준 투지로 ‘오일머니 상금 사냥’ 승승장구하길
광주FC 선수들이 지난달 빗셀 고배를 꺾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행을 확정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요즘 한국축구는 안팎으로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팀이 예상보다 부진하다. 프로축구에서도 새로운 슈퍼스타가 없다. 인기를 주도하는 빅클럽들도 주춤하고 있다. 잔디 문제, 심판 문제 때문에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파들 활약도 미미하다. 축구계를 향한 날선 비판 여론 때문에 축구계는 춘래불사춘이다.

프로야구는 관중이 폭발하는 반면, 프로축구 인기는 정체됐거나 다소 감소했다. 축구 인기가 떨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누구 하나만의 책임이 아니고, 누구 하나만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하락세를 이겨낼 뾰족한 묘수도 당장은 없는 것 같다.

현재 한국축구에 유일한 희망적인 요소라고 하면, 아마 적잖은 팬들이 광주FC를 떠올릴 것이다.

광주는 K리그 1부 구단 중 연봉이 적은 구단 중 하나다. 시·도민구단으로 클럽 규모, 인프라, 관중 숫자 등에서는 스몰 클럽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광주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광주는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K리그1 구단 중 유일하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올랐다는 점이다. K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 HD, 포항 스틸러스가 중도 탈락한 가운데 광주만이 생존했다.

광주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26일 오전 1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시아 강호 알 힐랄과 ACL 8강 단판승부를 벌인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인 독일 ‘트랜스퍼마크트’ 분석에 따르면, 알 힐랄 구단의 시장가는 1억8000만유로다. 860만유로의 광주는 21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연봉 총액으로 따지면 광주는 30분의 1 정도로 더 떨어진다.

알 힐랄은 이번 시즌 사우디 프로축구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브라질 슈퍼스타 네이마르와 결별했지만, 지금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하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전성기의 주역인 포르투갈 국가대표 주앙 칸셀루를 비롯해 후벵 네베스(포르투갈),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세르비아), 칼리두 쿨리발리(세네갈) 등 유럽 5대 리그 출신 선수들이 뛴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 원정의 부담감 등으로 인해 광주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축구 전문 매체들은 알 힐랄 승리 확률 75%, 무승부 확률 15%, 광주 승리 확률 10% 정도로 본다. 베팅업체들도 알 힐랄 승리에 1.3배, 무승부에 5배, 광주 승리에 10배 정도 배당률을 책정했다. 배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축구는 연봉이 높다고, 스타들이 많다고 다 이기는 게 결코 아니다. 약체가 포기하지 않고, 강하고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힌다면 승부는 해 볼 만하다. 한국이 2002년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를 꺾고 4강에 진출한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기적’이 그렇게 연출됐다.

역대 시·도민구단 중 ACL 8강에 오른 건 광주가 최초다. ACL은 말그대로 ‘돈 잔치’다. 광주가 4강에 진출하면 60만달러(8억7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쥔다. 결승 무대에만 올라가면 상금은 껑충 뛴다. 준우승팀에는 400만달러(58억원)가 돌아간다. 우승팀 상금은 1000만달러(145억2000만원)다. 광주 이정효 감독은 출국에 앞서 “우승 상금 1000만달러로 클럽하우스를 새로 짓고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바꾸고 싶다”는 큰 꿈을 이야기했다. 상금 대부분은 중동 국가 기업들이 AFC에 낸 협찬금이다.

광주는 부족한 예산과 열악한 경기장 형편 등에서도 K리그 뿐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서 용맹했고 거침이 없었다.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박수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렇지만 광주가 ACL 무대에서 몇 번 더 승전고를 울리기를 기대하는 K리그 팬들이 많다. 그게 침체된 한국축구에도 큰 희망과 용기, 자신감을 불어넣는, 반등하는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녹아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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