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 VS ‘손님도 없는데 다 망한다’ 최저임금 샅바싸움 시작됐다 [세상&]
상승폭 두고 노동계-산업계 이견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다. 올해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는데 가파른 물가 상승에 맞춰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자영업자들의 경영 악화를 우려해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붙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고물가 속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고모(24) 씨는 방탈출 카페와 호프집에서 주 15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2025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인데 최소한 1만1000원까지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상 시 주 15시간 기준으로 보면 한 달에 6만원 정도가 늘어나는데 그 금액이면 한 달 교통비가 충당된다”고 말했다.
판교 IT기업에 재직 중인 사무직 직장인 최수연(29) 씨는 “외식비, 월세 등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회사 연봉 인상률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며 “경기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연봉 인상이 낮게 책정됐는데 이럴 때 최소한 법정 최저임금이라도 오르면 노사 간 연봉 협상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우모(31) 씨는 “물론 인상 폭이 너무 크면 기업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는 월급이 물가 상승을 못 따라가는 현실이 체감된다”며 “1만원 미만으로는 한 끼 해결도 쉽지 않은 시대가 됐는데 1년에 한 번 정하는 최저임금인 만큼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해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인상에 난색을 보인다. 종로구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모(50) 씨는 “현재 시간당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을 주고 사람을 쓰고 있다”며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바로 비용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체 소득이 늘어나 소비도 늘어난다는 말도 있긴 한데, 내 입장에선 그런 기대는 먼 이야기일 뿐이고 눈앞에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제일 무섭다”고 토로했다.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60) 씨는 텅 빈 20개 남짓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20년 종로구에서 장사하면서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물가는 오르고 공산품 가격은 비싸지고 손님은 안 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얘기만 들어도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심의가 ▷고물가 ▷경기 둔화 ▷산업별 현실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 같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건비 인상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들어 “소비자들의 체감 고통 역시 논의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5%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만을 근거로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의는 복합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한 균형 잡힌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90일간 이어질 심의의 출발점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첫날부터 격론을 벌였다. 최저임금(시급 기준)은 지난 2015년 5580원이었는데 이후 10년 사이 가파르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가 상승했고 올해는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원대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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