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홍콩 가요"…30대 직장인, 해외여행 고집하는 이유
SNS '올릴만한' 콘텐츠 찾아 떠나
국내외 여행 기대, 만족 요소 달라
SNS 업로더 '놀거리', 비업로더 '볼거리' 중시
경기도 시흥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다음달 초 황금연휴에 홍콩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 최 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와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고민하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홍콩을 선택했다"며 "국내도 고민했지만 아이가 더 좋아할 만한 특별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도 해외여행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바가지요금' 논란 등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높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여행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만한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관광지출 2년 연속 감소. 해외 지출 증가세
2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내 관광지출액은 9조9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조5790억원)보다 5.1% 줄어든 규모다. 2023년(9조7839억원)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다.
반면 해외여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559만8550명이 해외로 떠났다. 전년 동기(528만2975명) 대비 6% 늘었다. 지출액 역시 7.6% 증가한 49억5600만달러(약 7조806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여행 씀씀이는 줄었지만 해외로 떠난 여행객과 지출액 모두 늘어난 것으로, 국내 여행 부진의 이유를 단순히 경기 침체에서만 찾을 수 없단 얘기다. 업계는 해외와 비교해 여행 만족도가 낮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달 실시한 ‘국내·해외여행의 만족·불만족 원인 탐색 조사’ 결과 진심으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특성으로 SNS에 여행 경험을 게시하는 것을 들었다.
국내와 해외여행 모두 경험한 여행애호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 국내 여행지 결정에 중요한 채널로는 SNS가 꼽혔다. 올해 1분기 국내 여행자가 국내 여행 장소 결정 때 활용한 정보채널(복수응답)은 ‘지인추천’ (41%)이 가장 많았고 이어 ‘블로그’(28%), ‘유튜브’와 ‘SNS’(각각 22%) 순이었다. 반면 지자체의 공식 채널(9%)이나 여행상품채널 (8%)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2030세대 여행애호자의 이용률이 높은 SNS는 인스타그램으로 나타났다. 지난 1개월 이내 콘텐츠를 업로드한 경험이 있는 여행객은 20대와 30대가 각각 54%, 56%로 집계됐다.
인스타그램 업로더는 여행도 더 많이 다녔다. 지난 2년간 국내 여행 7개 권역 중 2.9곳, 해외여행 13개 권역(국가) 중 2.2곳을 다녀왔다. 인스타 비업로더(사진을 올리지 않는 사람)의 국내 2.2곳, 해외 1.8곳보다 각각 0.7곳, 0.4곳 더 많이 다닌 셈이다.
여행비 지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인스타그램 업로더는 일평균 여행비로 국내에서 11만원을 지출했다. 반면 인스타그램 비업로더(10만6000원)보다 4000원 더 썼으나 큰 차이는 아니다. 반면 해외여행에서는 24만5000원을 지출해 비업로더(26만9000원)대비 오히려 1일 평균 2만4000원 적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올릴만한' 콘텐츠 중심으로 여행 떠나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에서는 ‘인스타에 올릴 만한’ 이색적인 장소나 소재(먹거리, 살거리 등)를 찾으려면 추가 비용이 드는 반면 해외에서는 일상적인 길거리 풍경이나 음식, 상품 하나도 충분히 올릴 만한 ‘그림’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행에 대한 기대 요소와 만족 요소도 달랐다. 인스타 업로더는 국내든 해외든 ‘놀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그다음으로 국내에서는 ‘먹거리’, 해외에서는 ‘살거리’를 기대했다. 이들의 여행 목적과 소비 방식은 결국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콘텐츠(액티비티, 미식, 쇼핑)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비업로더는 국내 여행에서 ‘쉴거리’와 ‘볼거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큰 기대가 없었던 해외여행에서 이런 요소에 대해 더 높은 만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 여행 활성화에는 ‘여행을 가보게 하는 것’보다 여행의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공유’토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색 콘텐츠로 모객 나선 호텔·리조트 업계
국내 여행수요는 감소세를 보이지만 호텔·리조트 업계는 방한 관광객 증가와 이색 콘텐츠를 찾는 국내 여행객 방문에 힘입어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선 국내 관광객은 특히 SNS에 올릴 특색있는 장소. 이른바 '인증샷 성지'를 찾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프랑스 정원을 그대로 재현하고 호텔 전체를 영국 왕실 테마로 꾸며 놓은 국내 한 호텔은 여행객 인증샷 성지로 꼽힌다. 단순한 숙박 장소를 넘어 숙소를 여행의 한 요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여행을 위해 잠을 자는 숙소가 아니라 호텔과 리조트 안에 다양한 콘텐츠로 '하나의 여행지'처럼 즐길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며 "자연은 물론 호텔 콘셉트에 맞춘 이색적인 콘텐츠가 휴식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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