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윤여정 큰아들 커밍아웃'에 "외로웠던 25년의 싸움 위로받는 느낌"
[유지영 기자]
|
▲ '현지에서 먹힐까?' 홍석천, 태국음식 만들어볼까? 방송인 홍석천이 지난 2018년 3월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이정민 |
홍석천씨는 최근 배우 윤여정의 큰아들이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사실을 공개한 인터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홍석천씨는 "선생님의 자녀 문제라 개인적으로 의견을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털어놓았다.
홍석천씨 역시 배우 윤여정의 큰아들처럼 2000년에 한국 연예계에서는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 당사자이기에 남다른 감회를 내보였다.
"2000년도에 아드님이 커밍아웃을 하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잖아요. 그 시기에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용기를 내야 하니 어머니의 입장, 가족의 입장에서 (커밍아웃이) 얼마나 크게 와닿았을까요.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얼마나 크게 느끼셨을까를 생각했어요."
"존경하고 좋아하는 윤여정 선생님... 아드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
홍석천씨는 과거 배우 윤여정과 몇 번 방송 때문에 마주친 적이 있다면서 "저에게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런데 저를 굉장히 예뻐라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윤여정 선생님은 제가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는데요. 저하고도 몇 번 방송 때문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런데 저를 굉장히 예뻐라 하셨어요. '석천씨는 열심히 잘 살아줘서 보기 좋다'고 해주셨는데, 저는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니 그저 '감사합니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아들의 정체성과 저의 정체성과 같다는 생각도 있으셨을 거고요.
(큰아들이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으니) 굉장히 오래 전이잖아요. 역시 선생님은 되게 멋진 어른이고, 또 멋진 엄마인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크게 충격받고 힘들어 하셨거든요. 물론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고, 걱정하는 것도 변함이 없지만요. (윤여정 선생님 같은) 엄마가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엄마로서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어서 너무 다행이고요. 아드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저는 그 아드님의 입장이잖아요. 그런 엄마를 둔다는 것은 되게 운이 좋은 거거든요. 또 개인적일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해주셔서 저에게는 굉장히 큰 감동이에요."
홍석천씨는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가 "25년 동안 외로웠던 저의 싸움이 약간은 위로받는 느낌"이라면서 (성소수자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의 이해"라고 강조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2000년) 당시 상황을 잘 모르잖아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더 나아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고민도 하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선배로서 되게 좋아 보이고, 부럽기도 해요. 가끔 제게 찾아와서 '형 덕분에 제가 살아있어요'라거나 '형 덕분에 저희 부모님이 저를 이해해 주기 시작했어요',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라고 말해주면 정말 감동받아요. 제가 더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스스로 느껴요.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이 이번에 공개적으로 아드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25년 동안 외로웠던 저의 싸움이 약간은 위로받은 느낌이에요. 저런 부모님 덕분에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우리나라에 저렇게 (성소수자인)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직도 제가 아는 동생들 중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가족과 연락을 끊는 친구들도 있고, 심지어 너무 힘들어서 나쁜 결정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아직도 한국 사회가 그런 면에서는 보수적이니까요.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의 이해거든요. 부모님이든 형제든 가족이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받아주고 이해해 주면 얼마나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살아갈까요?"
|
▲ 배우 윤여정 |
ⓒ 연합뉴스 |
배우 윤여정은 미국 매체 <피플>과의 인터뷰에서는 영화 <결혼 피로연>을 두고 "내 개인적인 삶이 이 영화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한국은 보수적인 국가라 사람들은 대중과 자신의 부모에게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지 못한다"라고 언급했다. 또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는 "영화에서 (동성애자인) 손자에게 하는 대사인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한국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도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에 "윤여정 배우의 멋진 결심은 성소수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라는 등의 환영 논평을 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축제 몽땅 취소, 집 못 돌아간 천여 명...아직 끝나지 않은 산불
- [단독] 배우 박정자, '예매 취소' 소동 속 나경원 캠프 고문 사의
- '아들 동성혼 공개' 윤여정, 10여 년 전 엄마의 답이 떠올랐다
- 문재인 신발 투척남 김문수 지지 선언에 캠프 "신발열사" 옹호
-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 '알박기 감찰관'에 윤석열 옹호 춘천지검장? 민주당 의혹 제기
- 꾸미기 이제 관심 없어... 요즘 MZ가 돈 쓰는 곳
- [오마이포토2025] '한덕수 추대' 움직임에 나경원 "스스로 당 경쟁력을..."
- 새 대통령은 땅속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 "한화에어로 퇴사자에 '3년 이직 제한' 서약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