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 교황 조문 분향소 설치… 한국에 유독 애정 깊었던 교황 추모 행렬
주교단 조문 이후 일반인들 조문
주교회의, 신자들 9일 기도 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2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단은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 조문 이후 오후 3시부터 일반인들도 조문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조문 분향소는 교황청 장례 일정에 맞춰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서울 종로구 궁정동 소재 주한교황대사관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국내 각 교구도 재량에 따라 주교좌 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주교회의는 전했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공식 기도문을 교황청으로부터 받는 대로 번역해 교구 등에 전달할 계획이며 신자들에게 교황을 위한 9일 기도를 권장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및 한국 천주교의 인연을 소개한 글, 교황이 2022년 6월 29일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남긴 유언, 교황의 선종을 알리는 현수막을 만들 수 있는 이미지 파일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의장인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 임민균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가 참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교회 관례에 따르면 교황의 장례는 통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졌으나 교황청은 아직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어디서 할지 발표하지 않았다. 장례 미사 참가단 규모는 간소한 장례를 원했던 교황의 뜻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즉위 1년 후인 2014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시 족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해 큰 울림을 남겼다. 1989년 10월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번째 방한 후 약 25년 만인 2014년 8월 14∼18일 4박 5일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위로·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방한은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미사 집전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위한 것이었다. 교황은 한국에 머무는 4박 5일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등 고통 받는 이들을 보듬는 행보로 일관해 종교의 벽을 넘어선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주교들을 향해 타성에 젖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물질주의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도 염원했다.
교황은 당시 의전차량으로 방탄차 대신 1600㏄급 쏘울을 택했다.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이 온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한 내내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20년간 착용한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했다. 낡은 검은색 구두를 신었고 이동 중에는 오래된 가죽 가방을 직접 들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아갔을 때는 의자에 앉으라는 꽃동네 측의 거듭된 권유에도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50여분 내내 서 있었다. 당시 78세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빡빡한 일정에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만했지만 장애인 한명 한명에게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며 소통하려고 애썼다.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이들을 꼭 껴안아 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부유한 자들의 이익에 영합하지 말고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돌봐야 한다며 한국 천주교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찾아가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또는 잘사는 자들을 위한 중산층의 교회가 되려는 유혹"을 경계하라며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상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 평화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방한 첫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을 향해 한 연설에서 "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이라며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차기(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에서도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 필리핀(1995년)에 이어 WYD를 개최하는 두 번째 아시아 국가로 선정됐다.
한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소식에 "영원한 안식 속에서 평화를 누리시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22일 애도문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한국천주교회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신자들, 바티칸 공동체에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지협은 이어 "한국 종교계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숭고한 삶과 영적 유산을 기리며 그분이 일생 동안 실천하신 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본받아 종교 간 화합과 인류의 보편적 사랑에 힘쓸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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