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인류의 친구일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4. 22. 16: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학 기자와 작가 생활을 20년 넘게 해서 그런지 과학 신간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묻는 메일이 가끔 온다.

최근 이렇게 받은, 인류와 인공지능(AI)의 관계를 다룬 '제4차 공생'이라는 책을 보고 의아했다.

책은 인공지능의 역사를 깔끔하게 요약하면서(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이 잘 정리됐다) 제4차 공생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어쩌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픽사베이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과학 기자와 작가 생활을 20년 넘게 해서 그런지 과학 신간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묻는 메일이 가끔 온다. 최근 이렇게 받은, 인류와 인공지능(AI)의 관계를 다룬 ‘제4차 공생’이라는 책을 보고 의아했다. 한 세대 전 소설 ‘비명을 찾아서’를 쓴 복거일이 저자였기 때문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체역사 소설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작가가 그것도 수십년이 지나 노년에 최첨단 분야의 과학 교양서를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찾아보니 복거일 작가는 1946년생으로 79살이다.

책은 인공지능의 역사를 깔끔하게 요약하면서(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이 잘 정리됐다) 제4차 공생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참고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제1차 공생은 두 원핵생물의 공생을 통한 진핵생물의 진화다. 제2차 공생은 동물과 미생물의 공생으로 인간과 장내 미생물이 대표적인 예다. 제3차 공생은 인류가 야생 동식물을 가축과 작물로 길들여 함께 사는 것으로 농업혁명을 낳았다.

저자는 인류가 이미 인공지능과 정보적 공생인 제4차 공생을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을 갖게 되면 인간-인공지능 공생체에서 인간 지능이 부차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40억년 유기체 진화의 유산인 본능이 있어 인공지능에게 정복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꽤 흥미로운 발상이다.

세계 인공지능 연구자 42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인공지능(AI)의 이익이 더 크다고 답한 비율은 54%였고 위험이 더 크다고 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왼쪽 맨 위와 위에서 셋째) 반면 대중(영국인)은 각각 14%와 28%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오른쪽 맨 위와 위에서 셋째) 런던대 제공

지난 1일 영국 런던대 책임혁신센터는 세계 인공지능 연구자 426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의 이익과 위험에 대한 질문에 이익이 더 크다고 답한 비율이 54%였고 동등하다가 33%이고 위험이 더 크다는 9%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대중(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각각 14%, 43%, 28%였다. 즉 전문가들은 대중보다 인공지능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학습과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늘리고(75%) 업무가 수월해질 것(72%)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대중은 위의 두 항목에 기대하는 비율이 20% 안팎이었다.

물론 전문가들도 우려스러운 점을 묻는 말에는 가짜 뉴스 또는 정보를 식별하기 어렵고(77%)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쓸 가능성(65%) 등을 언급했다. 이는 대중의 답변과 비슷한 비율이다. 전문가가 대중보다 인공지능을 훨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은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디지털 기기가 인지능력을 떨어뜨려 ‘디지털 치매’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지난 14일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50살 이상 중노년층 41만여명의 데이터가 있는 기존 연구 57건을 분석한 메타연구 결과는 달랐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쓸수록 인지 저하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고 그 효과는 운동보다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어쩌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아름다움은 당신이 용기를 가지고 다가서기를 기다린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의 말이 떠오른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