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향하는 트럼프-시진핑, '신냉전 악몽' 되살리나

양지윤 2025. 4.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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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석 달 만에 미중 경제전쟁 새 국면
격화하는 무역전쟁에 무역·투자 경색
미중 갈등 이면에는 고위급 소통 부재"
"신냉전 아니라고 주장하기 점점 어려워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전쟁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미중 관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양국을 이어주던 무역과 투자 관계가 끊어질 상황에 처한 가운데 군사적 긴장까지 더해지면서 신냉전 체제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트럼프 취임 석 달만에 미중 경제전쟁 새 국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양국이 상호 무역 제재를 취하며 미중 간 경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미중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집권 시기인 2018년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2년간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이번처럼 분위기가 살벌하진 않았다. 양측은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자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미중 간 상호 경제 의존관계를 의식, 정면대결을 피하고자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조치에 타격을 입은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중국은 ‘결사항전’ 의지를 분명히 하며 보복관세 부과, 블랙리스트(수출통제 기업 목록) 지정, 희토류 수출 중단, 미국산 항공기 인도 중단 등의 후속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당국과 접촉 중인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11일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보복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린 뒤 더 이상 보복관세 부과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비경제적 보복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미중은 서로를 점점 더 대담하지는 사이버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해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선택지 중 하나는 미국의 항만, 수도 시설, 공항 등에서 오랜 기간 수집한 데이터와 통신 기록을 활용해 보복에 나서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공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전략적 압박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관세 전쟁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사무엘 파파로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대만 인근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군 축소·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어 이 지역 안보 긴장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AP)
미중 갈등 이면에는 고위급 소통 부재

미중 갈등이 무역을 넘어 안보 분야로 번진 배경에는 미중 고위인사 간 소통 부족에 있다고 WSJ는 짚었다. 처음에는 중국이 대화를 원했지만, 시 주석 측이 외교적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시 주석의 핵심 측근 접촉만 고집하면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 주석과 직접 연락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중국 정책 고문들이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셴룽 전 싱가포르 총리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을 중재자로 세우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중 모두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 이같은 논의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직접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양국은 동맹 확보를 위한 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70개국 이상의 상호관세 협상 국가에 중국의 우회수출 차단, 투제 제한, 저가 제품 유입 방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폭스TV 스페인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시 주석도 최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는 등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 변화와 무역 압박으로 최근 미국과 동맹 관계가 틀어진 유럽연합(EU)에 외교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주재 대사 출신인 리청강을 무역 협상 수석대표로 임명, 세계 무역 질서를 지키기려는 유럽 국과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모양새다.

릭 워터스 미국 카네기 세계평화재단 중국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에 있으며 무역 긴장의 고조가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드레일이 없는 것 같다”며 “우리가 신냉전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협상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디커플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라이언 페다시우크 조지타운대 부교수는 “상무부가 이미 무역 목록에 있는 중국 기업의 자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출 통제 사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면서 “이는 디커플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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