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교황 후보 6명은] 콘클라베로 최종 선출…이탈리아 등 유럽계 4명·아시아 1명·아프리카 1명 각축

김수한 2025. 4. 22. 1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쇠로 잠근 방’ 콘클라베서 끝장 투표
유럽계 4명, 아프리카 1명, 아시아 1명
“교황 선출 전 추측 맞지 않는 경우 많아”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프리돌린 암봉고 추기경이 21일(현지시간) 킨샤샤 대성당에서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하면서 이르면 5월 초 차기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는 이탈리아·헝가리·스웨덴 등 유럽계 4명, 아시아계 1명, 아프리카계 1명이 거론된다.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하는 콘클라베는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시스티나 성당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선거를 하면서 선거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뿐 아니라 교황을 뽑는 과정 전체를 통칭하게 됐다. 이탈리아 로마 인근 비테르보 지역에서 1268년 시작된 선거가 5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시 당국과 주민들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며 추기경들을 한 곳에 감금하고 빵과 물만 공급하면서 조속한 선출을 독려한 것이 기원이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이후 15일간의 애도 기간을 가진 뒤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격리된 채 교황이 최종 선출될 때까지 비밀 투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황 선출 규정은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7년과 2013년 개정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를 따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13년 자진 사임하기 직전 추기경들 결정에 따라 콘클라베를 더 빨리 시작하거나 교황 유고 상황을 기점으로 최대 20일까지 미룰 수 있도록 교황령을 개정했다. 콘클라베의 공식 개시 날짜는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 회의에서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선거인들이 아예 성당 안에 격리된 채 투표했지만, 지금은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기거하며 투표할 때마다 버스로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투표한다.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선거인은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이다. 현재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은 135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53명, 북미권 20명, 아시아권 23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74세인 교황청 성직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에게 투표권이 있다.

▶콘클라베 중 외부와 소통 절대 금지…경찰이 감독=콘클라베 기간 전화, 인터넷, 신문 구독 등 외부와의 소통은 절대적으로 금지되며 바티칸 경찰은 전자 보안장치를 동원해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한다. 투표는 후보를 따로 정하지 않고 선거인 각자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다. 콘클라베 첫날을 제외하면 매일 두 차례씩 진행된다. 투표는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13일간 투표했는데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 득표자 2명을 놓고 결선 투표를 벌인다. 이때도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한다. 20세기 들어 투표 기간은 평균 사흘에 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선출됐다.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온 경우에는 추기경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선출된 추기경에게 선출을 수락하는지, 앞으로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를 물어 교황 이름을 정한다. 피선자가 고사하면 모든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투표 결과는 굴뚝의 연기 색깔로 알 수 있다. 검은 연기는 선출 불발, 흰 연기는 선출 성공을 의미한다. 콘클라베가 종료되면 선거인 중 수석 추기경이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베무스 파팜”(새 교황이 탄생했다)이라며 새 교황의 선출 사실과 이름을 공포한다. 이후 새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에 의하면 차기 교황을 맡을 압도적인 단일 후보는 없고,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매번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추측이 무성했지만,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될 때도 그를 유력 주자로 꼽은 이는 많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필리핀 출신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AP]

▶차기 교황 유력 후보는 누구? 6~10명 거론=신문은 “추기경단은 교황청을 앞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진보적 색채로 운영할 것인지, 보다 과거의 전통적인 스타일로 회귀할 것인지, 복잡한 국제 정세 하에서 교황청을 이끌 수 있는 국제 감각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준 하에서 거론되는 후보 6명을 소개했다.

후보는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60·이탈리아), 피에트로 파롤린(70·이탈리아), 프리돌린 암봉고(65·콩모민주공화국),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7·필리핀), 마테오 주피(69·이탈리아), 페테르 에르되(72·헝가리) 등으로 유럽계 4명, 아시아계 1명, 아프리카계 1명이다.

이 중 선두 주자로는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를 맡고 있는 피자발라 추기경이 지목됐다. 다른 추기경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추기경이 된지도 불과 2년밖에 안 됐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종교 분쟁이 극심한 중동에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에 그가 교황이 되면 요한 바오로 1세가 선종한 1978년 이후 첫 이탈리아 출신 교환이 탄생하게 된다. 아울러 현재 유력 후보군에 이탈리아인 추기경이 3명이나 포함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이탈리아 출신 교황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다음으로 교황청 ‘넘버 투’인 국무원장을 맡고 있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유력 후보다. 10년 이상 바티칸의 2인자로 재임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강점으로, 교황청 중앙 실무에 능하고 국제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평이다. 중도 성향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을 이어나가면서 교회를 안정시킬 인물로도 평가된다.

킨샤샤 대주교를 맡고 있는 프리돌린 암봉고 추기경은 2019년 추기경에 오른 이후부터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돼 왔다.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비백인 교황이 배출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그다. 아프리카 출신이 교황으로 선출되면 492∼496년 재임한 젤라시오 1세 이후 1529년 만이 된다. 아시아 출신 교황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

NYT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카톨릭 교회에 ‘주변으로 가라’고 촉구해왔는데 이는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가라’는 의미였다”며 비백인 출신 교황 배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보수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 성당의 분위기를 반영, 암봉고 추기경은 2023년 ‘동성 커플을 인정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등 보수파로 분류된다.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개혁적 성향으로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 지난 2013년 교황 선출 당시에도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바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테오 주피 추기경은 ‘교회는 약자를 대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적 성향을 공유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후보군에 들었다. 전문가들은 주피 추기경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후계자로 삼고 싶어한 후보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교황의 우크라이나 특사로 지명되기도 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8명 가운데 110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탓에 개혁 성향 인사에 표가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교회법 전문가인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헝가리), 이탈리아 밀라노 대주교를 지낸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탈리아) 등이 거론된다. 스콜라 추기경은 2013년에도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으나 지금은 82세의 고령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밖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자 포용 등 개혁 정책을 거세게 비판해온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미국)과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독일)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도박사들은 피에트로 파롤린과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에게 베팅하고 있다.

미국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이날 오전 현재 파롤린 추기경이 선출될 확률을 42%, 타글레 추기경은 30%로 점쳤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첫 장관을 지낸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가나)은 도박 사이트 배당률 3위권에 올라 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