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흔드는 트럼프 관세… 펩시 힘겨운 ‘콜라 전쟁’

최지선 기자 2025. 4.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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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콜라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펩시콜라의 농축액이 10%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면서 코카콜라에 비해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펩시콜라 농축액 거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돼 10% 상호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 코카콜라는 아일랜드에도 일부 농축액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수용 농축액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해 관세를 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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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생산 농축액 10% 관세
코카콜라 비해 가격경쟁력 하락
3위로 밀린 점유율 회복에 찬물
국내 의류업계, 생산기지따라 희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콜라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펩시콜라의 농축액이 10%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면서 코카콜라에 비해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에서 닥터페퍼에 이어 3위로 뒤처진 펩시콜라의 위상이 더 위태롭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펩시콜라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위기를 맞이했다고 20일(현지 시간) 전했다. 펩시콜라 제조사인 펩시코는 낮은 법인세율 혜택을 받기 위해 1974년 아일랜드에 콜라 농축액 공장을 지었다. 아일랜드에서 농축액을 생산한 뒤 미국 내 공장에서 물, 탄산, 감미료 등과 혼합해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공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로 인해 오히려 독이 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펩시콜라 농축액 거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돼 10% 상호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 코카콜라는 아일랜드에도 일부 농축액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수용 농축액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해 관세를 물지 않는다. 펩시코에 비해 관세로 인한 타격이 훨씬 적은 셈이다.

지난 30년간 미국 탄산음료 시장 1위는 줄곧 코카콜라가 차지했다. 1995년 이후 17∼20%대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펩시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1995년 15%에서 2023년 8.31%로 떨어지며 미국 큐리그 닥터페퍼사의 ‘닥터페퍼’(8.34%)에 2위 자리마저 내줬다. 닥터페퍼는 코카콜라처럼 농축액 공장을 미국 등 북미에 두고 있어 상호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스 라보이 HSBC 애널리스트는 WSJ에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펩시는 현재 분명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도 콜라 제조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에서 탄산음료 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일부를 수입하고 있어 콜라 값이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퀸시 CEO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미국산 알루미늄을 조달하는 등의 대체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생산기지를 해외에 둔 한국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생산 거점을 어디에 뒀는지에 따라 올해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국내 OEM 업체인 한세실업,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은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5∼90%에 달하는데 중국 생산 물량은 적은 편이다. 한세실업은 베트남과 과테말라를 주요 생산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고,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엘살바도르에 공장이 있다. 세아상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들 업체가 주요 생산 기지를 둔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도 높은 관세가 매겨질 뻔했다가 90일 유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해외 바이어들이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일부 OEM 회사들과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예고된 중남미에 생산 거점을 둔 회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거점을 한국에 둔 뷰티 기업들도 관세 부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국내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 수출 물품을 만들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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