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해 구조물 철거 거부… 정부, 비례적 대응 방안 검토

노석조 기자 2025. 4. 2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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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해양회의 앞두고 신경전
서해 중국 고정 구조물. 중동에서 약 30년간 사용되던 프랑스제 시추선으로, 2016년 폐처리됐을 때 중국이 매입해 개조해 2022년 10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했다. 해수부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지난 2월 26일 현장 조사에 나가 실제 촬영한 것이다. /국토위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정부는 21일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것과 관련, “외교 당국 등과 함께 비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우리도 서해에 맞대응 성격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는 23일 서울에서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중국은 철거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무단 설치한 구조물과 관련해 “이번 사안을 해양 영토를 지킨다는 자세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비례 조치를 포함해서 실효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수준에서 어떤 시설물로 중국 측에 비례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부처 간 공동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PMZ는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쳐 경계선을 긋지 않은 민감 수역이기 때문에 어업 이외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등은 금지된다. 특히 정부는 중국이 시추선을 개조해 PMZ 서쪽에 설치한 고정 구조물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구조물 총 3기 가운데 2기는 양어장 선란 1·2호이고, 나머지 1기는 선란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이 한국 해양조사선의 항해를 고무보트로 방해해 대치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된 점과 관련해서도 재발 방지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중단됐던 경계선 협상의 재개 필요성도 강조할 방침이다. 서해 대부분 수역은 ‘바다의 국경선’인 경계선이 정해졌지만, PMZ는 양국 EEZ가 중첩돼 있어 경계선 획정을 유보한 상태다. 정부는 PMZ에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야 구조물 설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 고정 구조물(왼쪽 위)과 선란(중간 아래), 그리고 선박(맨 왼쪽)이 있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시추선을 개조한 고정 구조물은 3개의 철제 다리와 헬기 이착륙장을 달고 있어 새 모양으로 보인다. 중국이 양어장이라 주장하는 '선란'은 팔각형이다. /미 위성업체 스카이파이(skyfi.com)

중국은 2014년만 해도 “해양 경계 획정은 양국 관계의 장기적·안정적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해양 굴기’ 방침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선 획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하려고 해도 국제적 관례에 어긋난 협상 방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계선 획정 시 국제적 관례인 ‘등거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경계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영토 면적, 해안선의 길이 등 각종 사항을 고려해 경계를 정해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영토 면적도 크고 인구도 많으므로 해역도 더 넓게 차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형평의 원칙은 중국 중심적 발상으로 국제사회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면서 “중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국제 관례에 따른 경계 획정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경계 획정을 미루는 사이 구조물 설치·군사 훈련 활동으로 경계 미획정 수역에서 실질적인 해상 지배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이 PMZ에서 구조물 설치를 늘려나가는 것도 향후 경계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서해는 수도권과 주한 미군 기지가 인접한 대한민국 안보 핵심 해역”이라면서 “상호주의에 따라 행동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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