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탄파 때리며…' 안철수, 대구 이틀차 '전략적 선택' 호소
"'민생' 세우고 '추경' 제대로" 상인들 약속
대구시당서 '나경원·홍준표·김문수' 비판
"탄핵 그림자 끊고 민심 되돌릴 후보는 安"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차 예비경선 진출 '상위 4인'을 가리는 100% 국민여론조사 실시를 전후해 '보수의 심장' 대구를 1박 2일간 누볐다. 부활절 하루 내내 대구에서 예배를 드리고 수성못과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 인사를 하는 강행군을 펼친 안 후보는 이튿날에도 관문시장을 찾아 대구·경북(TK)의 '전략적 선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21일 오후 3시께 대구 관문시장을 찾아 길게 늘어선 메인 거리 매점의 주인들 뿐 아니라 거리에서 과일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면서 보수 민심에 호소했다.
평소 즐겨 입던 양복 차림을 벗어던지고 청바지에 검정색 짧은 야상 차림으로 관문시장 방문에 나선 안 후보는 청바지에 핑크색 긴 야상을 입은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상인들을 향해 경기 호조를 약속했다.
안 후보는 "민생도 제대로 세우고 추경도 제대로 해서 하여튼 제대로 하겠다"고 대구 상인들에게 말을 건넸고, 상인들은 "찍어돌라카이(찍어달라고 하니) 또 찍어주고 싶구만"라고 화답했다.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지만 이곳에서 이날 안 후보가 호소한 것은 오히려 '좀 더 중도 쪽에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달라'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겠단 답변은 35% 전후에 머물러 있다"며 "중도에 해당하는 분들이 마음 못 정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그분들의 마음 잡는게 필수적이다. 한 표라도 더 중도에 있는 분들을 가져오는 쪽이 승리할 수 있는데 내가 그럴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전 대구시당에서 기자들을 마주했을 때의 눈빛도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평소 서글서글한 눈웃음의 주름이 자리잡았던 인상과는 전혀 다른 결연한 표정으로, 꺼낸 주제도 평소와는 다른 것이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음에도 전원일치 파면 결정으로 인해 촉발된 조기 대선에 줄줄이 출마한 당내 대선 후보들을 향해 "제발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직격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안 후보는 "탄핵을 반대한 분들은 입후보할 것이 아니라 대선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서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에 대한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안 후보가 이렇게까지 주장한 이유는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대선이 불과 47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당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당의 대선 후보 경쟁을 보면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다수의 민심은 이미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고 중도층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경계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선도 싸늘하기만 하다"며 "오히려 또다시 탄핵의 강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반탄 후보가 우리 당 대선후보로 뽑히면 대선은 필패"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전날 열린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B조에 포함됐던 나경원·홍준표·한동훈 후보 등을 하나씩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어제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는 그야말로 가관"이라며 "마치 '당대표 경선토론회'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죽음의 조가 아니라 '당을 죽이는 조'"라고 규정했다.
안 후보는 "특히 나경원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이 정도까지는 못한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각하'를 외치던 분이,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대선 판에 뛰어든 모습, 당원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그 말과 행동이 지금 어떻게 정당화되겠느냐. 몰염치의 끝"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 김문수 후보를 향해선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며 비상계엄을 옹호하던 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언한 뒤에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대선에 출마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국민의 표를 구하겠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탄핵당한 정당은 차기 대선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던 분은 기다렸다는 듯 대선후보로 나서고 있다"며 "물론 지금까지 계엄을 옹호하며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고 홍준표 후보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동훈 후보를 향해서는 "윤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장관과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대선에 뛰어든 정치 신인, 한 번도 본인의 선거를 치러보지 않은 분이 당의 간판이 된다면 국민은 '또 정치 경험 부족한 검사냐'라고 말씀할 것"이라며 "이 모든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 어떤 명분도, 자격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십자포화의 끝엔 안 후보 본인이 있었다. 그는 "탄핵의 그림자를 끊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우리 당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내게 마지막 승부를 맡겨달라"며 "정권재창출의 유일한 희망,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나를 믿고 선택해달라. 나 안철수, 반드시 이기겠다. 정치생명을 걸고 정권재창출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평소와 다르게 다른 대권주자들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만들고 대구를 이틀 연속 돌아다니는 강행군에 나선 배경에는 오는 22일 발표될 '1차 경선'이 깔려있단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1~22일 100%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2차 예비경선에 진출할 상위 4인의 후보를 추려낸다. 다른 정당 지지층은 배제한 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100% 국민여론조사로 실시된다. 당원들이 대거 모인 대구의 민심만 얻어도 경선 통과가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현재 1차 경선 통과 여부를 두고 나경원 후보와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안 후보는 3.6%로 4.0%인 나 후보와 0.4%p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진영에선 김문수 후보가 12.2%였고, 한동훈 후보가 8.5%, 홍준표 후보는 7.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안 후보도 부정하진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대구를 이틀 연속 돌아다니는 것이 당심(黨心)을 얻기 위한 전략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원래 경기도 수도권 후보로 경기도와 수도권은 많이 돌아다녔다"며 "수도권 만큼 많은 당원 있는 곳이 대구인 만큼 대구 당원들을 만나기 위해 많이 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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